기사제목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정보의 힘으로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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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정보의 힘으로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오기를!"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8.04.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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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_이민복_s.jpg▲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한 탈북남성이 지난 4월 10일 오후 경기도 연천의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하지만 차량과 병력을 동원해 길을 막고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관할지역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그는 "무슨 근거로 대북전단을 막느냐"고 따져 물었다. 경찰은 "최근 남북관계 상황과 주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사흘 뒤인 4월 13일자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대북전단 살포에 경찰 동원 강제저지 논란’이란 제목으로 단독 보도했다.

이 '실패한 대북전단 살포'의 주인공은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이다. 이 일이 있기 닷새전인 4월 5일 그의 작업 현장(그는 이곳을 '기지'라고 했다)을 방문했다. 15년째 대북전단을 살포해 왔다는 그는 “가짜 대북풍선 단체에 속지 말라”고 말문을 열고 "대북풍선 작업에 대한 오해와 인식을 바로 잡고 싶다"고 했다. 

이 단장은 평양김책공대, 남포대학 등을 거쳐 북한과학원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한 소위 북한 엘리트 계층 출신이다. 그는 1990년 연구활동 차 철원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대북전단을 습득, 그걸 읽고 북한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그 해 탈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한 차례 북송과 4개국 국경을 넘나드는 고초를 겪은 후 드디어 1995년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북풍선작업을 감행하는 이유를 묻자 이 단장은 곧 바로 대답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일념뿐이다."
 
인터뷰·글 허경은 / 사진 이용현
 


북한은 왕조(王朝) 아닌 신정(神政)체제
 
이민복 단장은 북한 체제의 특성과 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설명으로 말을 이어갔다.

“언론을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을 왕조 세습 정권이라고 표현하는데, 북한은 왕조가 아닌 신정 체제입니다. 왕은 인간이죠. 변화될 수 있는 존재란 얘기입니다. 그러나 신은 본질적으로 변화할 수 없죠. 이런 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팩트(사실)라는 정보입니다. 북한은 거짓 위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6·25전쟁도 남한의 북침이라 주장하고 김일성을 포함한 항일투사 1백여 명이 1천만 일본군을 무찔렀다고 가르칩니다. 거짓 정보로 만들어진 신에게서 주민들을 구원하려면 사실 정보가 필요합니다. 대북 정보유입이 절실하고, 북한이 정보유입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단장은 정보에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겐 대북 전단지 한 장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은 진실과 거짓, 왜곡 등 엄청난 혼란 속에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대한 시각과 해석도 제각각이라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최근 ‘북한정보 나침판’이란 제목으로 유투브 방송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 사람들도 거짓 정보와 언론에 속지 않길 바란다. 직접 경험하고 사실에 기반해 전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달라."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의 ‘언론’
 
그는 대북전단에 단순히 북한은 나쁘다는 내용을 담는 게 아니라고 했다. 주민들 스스로 생각하게끔 사실을 명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내용을 전단지에 담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6·25 선제공격을 일으킨 남한이 어떻게 수도를 3일만에 점령당했나, 한국이 궁금하면 조용히 조선족들에게 물어봐라’라는 식이다.

"이런 몇 문장만으로 주민들이 의문을 품고 스스로 생각하게 됩니다. 막연히 한국이 좋고 북한이 나쁘다는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주입식 주장은 의식 변화에 큰 효과가 없습니다.”

002-s.jpg▲ 이민복 단장이 제작한 대북전단지. 종이 또는 비닐에 인쇄된 전단과 함께 USB, 라디오, 생필품, 의약품 등을 담아 보낸다.
 
003-s.jpg▲ 북한에서 최근 살포해 이민복 단장이 습득한 대남전단지. 주로 북한체제를 과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는 이런 아날로그 방식으로도 큰 효과를 보입니다. 북한이 한국과 회담할 때마다 대북방송·전단살포 중단을 요구하는데 그것이 바로 효과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도 삐라(대북전단) 한 장에 생각이 트이게 됐고, 중앙당 간부 출신 탈북자도 사람들이 모이면 삐라 얘기를 나누느라 수근거리곤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단장은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은 기본, 제대로 된 언론 자체가 없는 북한 사회에 대북전단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제가 욕을 합니까, 북한을 비난합니까. 역사적 사실과 외부 세계의 현실을 알려줄 뿐입니다.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일을 합니다. 생각과 행동은 그들의 몫이죠. 그것이 언론의 역할 아닙니까.”
 
남북-남남 갈등 야기하는 ‘가짜 풍선’ 단체 주의
 
대북 풍선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서도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때는 50~60개 정도의 개인 및 단체가 대북풍선작업을 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고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곳도 많지 않다. 이 단장은 이 사업을 방해하는 것은 북한 당국보다는 오히려 효과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언론 노출을 통해 후원금을 얻으려는 일부 국내 대북풍선 단체들이라고 지적했다.

“대북풍선이 효과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도달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풍향’이 북쪽으로 향해야 하고 ‘결함 없는 풍선’을 사용해야 하며 적절한 위치에서 터질 수 있는 ‘타이머’가 있어야 하죠. 특히 풍향은 며칠 전에 미리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비행사들이 보는 항공기상청 예보를 확인하는데 어느 때는 새벽에도 나가게 되고 중요한 약속이 있다가고 풍향이 좋으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작업에 뛰어듭니다. 그런데 대북풍선작업으로 유명세를 탄 일부 탈북자들은 거의 보름 전부터 일시장소를 정확히 언론에 공개하고 미디어들을 불러모으더군요. 그들이 날린 풍선이 남한에 떨어져 제가 주은 적도 많습니다. 진정 북한 주민 보라고 뿌리는 게 아니라 선전효과를 노렸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죠.”

004-s.jpg▲ 이민복 단장이 대북풍선 탑재 차량에 올라타 가스 설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단장은 진짜와 가짜 풍선단체를 가리기 위해서는 국가공인 가스안전자격증, 안전시험 통과한 풍선 탑재 차량, 대량작업 전용 기지가 있는지 보라고 했다. 적어도 자신이 만나 본 단체들 중 이 모두를 갖춘 단체는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제가 언론 노출을 꺼리고 비밀리에 작업해 온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남북 어느 쪽도 갈등을 야기하지 않고 오롯이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그리고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대북풍선작업은 북한을 자극해 우리주민을 위협하게 되고 남남갈등마저 부추기는 일입니다.”      
 
'북한 민주화' 보다는 '북한 자유화' 지향해야
 
이 단장은 대북풍선운동의 의미를 분명하게 정의했다.

“북한 동포들의 눈과 귀를 열어줌으로써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게 하는, 이른바 인간으로서 기본적 욕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인도주의적 인권 운동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북풍선 단체들의 잘못된 활동때문에 북한에서 대응사격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한국에서조차 주민 보호를 위해 작업을 막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인식이 좋지 못하고, 꼭 좌파 정부뿐 아니라 우파 정부로부터도 저지당해왔습니다. 통일대박을 외치던 전 박근혜 정부때에도 중단을 요구 받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민감해지는 것은 이해하나 분명한 것은 ‘북한 주민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이 아니라 주민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단장은 최근 많은 인사들이 외치는 ‘북한 민주화’라는 구호보다는 ‘북한 자유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나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 같은 상황에서는 민주화를 외칠 수 있으나 북한은 그 어떤 정상 국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일명 ‘노예 국가’이기 때문에 기본 인권 해방을 위한 자유화 운동이 번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봄이 온다’, 최근 우리 예술단의 평양 방문공연 주제이다. 아직도 꽁꽁 얼어있는 북한 주민의 삶에 진정 봄이 오려면 ‘진실’이라는 작은 겨자 씨가 북녘 대지에 골고루 뿌려져야 할 것이다. 그 날을 그리며 띄워 올린 부푼 ‘꿈’의 풍선이 이 땅에 진정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傳令)이길 바란다.      

01-s.jpg▲ 이민복 단장이 컨테이너 박스와 비닐 등을 이용해 지은 대북풍선 보관 및 작업 현장(기지)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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