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 "통일 후 이룩될 '강한 조국'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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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 "통일 후 이룩될 '강한 조국' 눈에 선하다"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8.02.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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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jpg▲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총회 회장
 
“지난 2004년 중국동포 추석 망향제에서 제가 망향문을 읽었습니다. 그 순간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림움과 한국에서 차별 받으며 살아온 설움이 모두 밀려온 거죠. 그 날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원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한국에 남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 

중국 연변이 고향인 이른바 '조선족' 출신으로 지금은 한국에서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와 동포사회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총회(이하, 한마음연합) 회장의 이야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연 식민·전쟁의 비극 속에서 조국을 떠나야 했던 동포들을 제대로 끌어안고 있는지에 대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은 다른 재외동포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고, 제도적 문제도 존재한다.

1999년에 제정된 재외동포법에는 중국동포 가운데 해방 이후 한국을 떠난 사람들만 동포로 인정했었다. 2004년이 되어서야 헌재의 헌법불일치 판정으로 '조선족·고려인'도 동포로 인정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회복하거나 취득하기까지는 제도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김 회장은 연변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한국에 와서 더욱 정체성 고민에 빠지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한국에서 한글 이름을 쓰게 해달라”

인터뷰·글 허경은


돈·학벌·기술 있어야 동포?

“오히려 중국에서는 법적으로 한글이름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한문과 한글이 동시 표기되죠. 그런데 한국에 온 후 제 신분증에는 한문도 한글도 아닌 중국식 발음의 이름을 영어로 표기해 쓰고 있습니다. 한민족으로서 한국에서는 왜 한글이름을 쓸 수 없는 거죠?”

개인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은 이름과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동포들은 법적으로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지 못한다. 중국에서도 사용했던 한글 이름을 조국에서 쓸 수 없으니 ‘나는 누구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매우 기본적인 문제부터 중국동포들은 다른 동포들에 비해 제한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받아 왔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적이었다.
 
“일본·미국 등의 경우에는 과거 거주지 확인을 통해 동포임이 입증되면 비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중국동포들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과거에 중국이 문화대혁명 당시 봉건적인 걸 모두 불태워버리는 와중에서 족보 정보들이 대부분 없어졌습니다. 저는 강릉김씨 40대손인데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결국 아무 연고도 없는 구로를 본관으로 하는 구로김씨가 됐습니다.”

김 회장 설명에 따르면 중국동포는 돈이 있거나 만 60세 이상의 나이가 있거나 대학이상의 학력이 있거나 기술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동포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실제로 자녀는 동포인데 부모는 외국인인 아이러니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 
김회장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것으로 제기한 사항은 이 밖에도 중국동포를 위한 정부 지원센터 부재, 동포방문비자(C38)·방문취업비자(H2) 취득시 자비(유료) 기술교육·자격증취득 필수 등 부당 조항, 일반귀화 국적취득 기간 장기 소요(성인 약 7년, 자녀 약 9~10년)로 자녀 보육지원 불가 등이다. 

“물론 어느 사회나 이민자 등 소수자 그룹에 대한 관심이 적은 건 당연하기 때문에 그들 자신이 먼저 주류사회에 다가가려고 더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동포인데 유독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이 높고 제도적으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 잘못된 일입니다"          

9 (2).jpg▲ 2016년 10월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총회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진행된 '동포타운 중국문화체험 투어'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중국동포 이주역사와 대림동 동포타운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동포 선행은 알려지지 않고..."

김 회장은 한국에서 재한동포사회 이미지 개선과 권익보호 등을 위해 한마음연합을 이끌며 산하에 한마음봉사회도 구성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회원들의 회비로 밥차·연탄 나눔, 양로원 위문공연, 길거리 청소 봉사 등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는 전세버스로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포항 지진 때에도 성금을 모아 기부했다. 
 
“우리는 동포사회끼리만 돕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도 전혀 없이 모두 회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합니다. 물론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중국동포들의 이런 선행은 알려지지 않고 일부 악행만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될 뿐 아니라 영화 등을 통해서도 부정적으로만 그려져 아쉬움이 큰 게 사실입니다. 어느 개인의 문제로 중국동포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김 대표는 중국동포들이 주로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로 오기 때문에 단순히 취업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다른 외국인들과는 생활방식이 다르다며 재중 중국동포사회의 트랜드를 ‘정착’, ‘경제성장’, ‘사회통합’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했다.
 
“중국동포의 국내 범죄율이 높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 범죄율 통계를 보면 중국동포는 8위에 해당합니다. 범죄율은 낮지만 200만 외국인 중 40%가 중국동포로, 인구 수가 많다 보니 범죄율도 높은 것처럼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로 자녀교육, 정착 등을 고민하기 때문에 자칫 작은 범죄를 저질러도 외국인가중처벌이 적용돼 바로 추방됩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이산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살아갑니다.”
 
“남북한 사정에 모두 밝은 조선족”  

때로는 분단현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한국 시민들보다 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들이 통일 열망을 더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중국동포들은 그 체감의 깊이가 다르다. 남북한을 모두 드나들 수 있고, 연변 지역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K팝·드라마뿐만 아니라 북한TV도 시청할 수 있었다. 가족끼리도 남북한 지역에 각각 고향을 두고 있기도 하고 현재까지도 친인척이 곳곳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 회장은 “우리 고향은 어느 한쪽이 아닌 한반도 전체”라고 말했다. 
 
“우리는 남북한 두 체제와 문화를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도 사회주의이니 통일에 대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간혹 의심할 수도 있으나, 사실 중국만큼 자본주의인 나라도 없습니다. 돈이면 다 되는 나라이고, 금융제도도 한국보다 개방적이며 창업도 활성화돼 있죠. 통일이 된다면 한동안은 남북간의 문화·경제·정치 등의 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때 중국동포들의 역할이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해외동포들과 함께 사회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많다. 특히 탈북돕기 등 신변의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활동에 중국동포들이 함께 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우려와 함께 조심스럽게 조언을 했다. 
 
“통일관련 문제는 어찌되었든 정치적인 일이기 때문에, 자칫 중국국적의 동포가 개입하게 되면 남·북·중국 세 곳 중 한 쪽에는 반드시 간첩죄로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한국 사람을 도왔다가 중국 당국에 간첩죄로 체포돼 감옥에 간 조선족들이 많습니다. 이건 현실이고 국가 간 매우 민감한 문제이므로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통일문제에 관해서는 중국국적 동포들은 개입하지 말고, 한국국적의 동포들이 나서주길 바랍니다.”

“내 차 몰아 고향 가보는 게 꿈”

통일을 상정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은 육로를 이용해 유럽까지 가는 일이다. 유라시아 대륙간 철도의 시작점이 한국이 되고, 한·중·러가 만나는 연변지역이 동북아 경제의 허브가 될 것이란 청사진을 많은 전문가들이 내 놓는다. 김 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다만 여기에 더해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직접 운전해서 고향까지 가 보는 일”이라고 전하고 "통일이 되면 한국이 얼마나 강대해질지 눈에 그려진다"며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단순히 지정학적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세대들은 통일 후 들어갈 돈을 걱정하는데 남는 돈(이익)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그 점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정보로 만들어 보급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중국동포들이 한국의 경제창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중국관광객을 받아들이는 3대 여행사 중 가장 큰 업체의 오너,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한국대표, 국내 유명 유아의류·용품 전문업체인 아가방 인수자도 모두 조선족 기업인이고 평택에 아시아 최대규모 차이나타운 조성, 중국 금융·대기업 M&A 컨설팅 부분 등에도 중국동포들이 투자자로 나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중 사이에서 통역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경제창출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통일이 된다면 연변지역 중국동포들은 수혜자가 아니라 기여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동포사회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동포사회도 포용 못하면서 통일 후 북한 주민을 포용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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