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정찬모 통일천사-아산]“통일운동은 시민들의 통일의식을 깨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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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모 통일천사-아산]“통일운동은 시민들의 통일의식을 깨우는 것”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7.08.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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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jpg▲ 정찬모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아산특별본부 상임대표
 
정찬모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통일천사) 아산특별본부 상임대표를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2000 시드니 올림픽’ 기념 넥타이였다. 그 넥타이는 시드니 올림픽이 그에게 얼마나 감회가 큰 대회였는가를 알리는 표시처럼 보였다.

실제로 시드니 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개막식에 공동 입장함으로써 당시의 한반도 분위기를 상징했고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번째 대회였다. 평생을 태권도인으로 살아 온 그로서는 당연히 시드니 올림픽이 각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정찬모 대표는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후 오랜 기간 교수로 재직하며 후배들을 양성해왔다. 선수로서는 은퇴하였으나 그 동안 교관, 심판 등을 거쳐 대한태권도협회 이사, 한국대학태권도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도 국민생활체육 전국태권도연합회 회장, 한국올림픽성화회 조직위원장,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등 태권도와 관련된 다방면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등이 이끈 36명의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10년만에 방한해 시범 공연을 펼친 자리에도 정 대표가 있었다.

지난 2002년에 남북 태권도시범단 교류 사업으로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는 “그래도 태권도는 남북이 똑같다”고 말하며 이제는 이벤트성이 아닌 진정한 통일을 통한 단일팀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글·사진 허경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목격한 전쟁의 참상

“눈 앞에서 사람이 죽고 죽이는 것을 많이 봤죠.”

정찬모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발발한 6·25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전에 살던 그와 그의 가족들은 잠시 어머니의 고향인 논산으로 피난을 가 있었는데, 하필 그 지역에도 인민군 잔당(공비)이 자주 출몰해 주민들을 눈 앞에서 무차별 살육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고 했다.

“저는 태권도를 통한 남북교류와 방북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통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대화로 통일이 될 거라는 의견에는 조금 회의감이 듭니다. 지금은 북한이 많이 변했다고들 말하지만, 제가 만나 본 북한 사람들이 주는 느낌은, 그들의 사상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대화 대신 전쟁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전쟁의 참상은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전쟁 안에서는 민족도 없고 자비도 없었습니다.”

대화와 압박 등 대북 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 대표의 현재 생각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쉽지 않다’, 그리고 통일 될 가능성을 ‘지금은 알 수 없다’로 요약될 듯싶었다.

“통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그저 평화롭게 대화하면 통일이 될거라는 건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겪은 자와 겪지 않은 자, 본 자와 보지 못한 자 사이에는 확실히 의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전쟁은 피해야 하지만 반드시 통일은 해야 하고, 그러나 대화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국토는 둘로 쪼개졌지만 ‘태권도는 하나’

정 대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웅 북한 IOC위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중앙위원회 위원장(전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도 잘 안다고 말했다. 88 서울올림픽부터 시작해 각종 국내외 대회를 통해 교류해왔고 같은 태권도 선수로서 각각 방북, 방한을 할 때에도 서로를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다른 이념과 문화 속에서 살아왔어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태권도만큼은 변함없이 똑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태권도는 우리가 종주국이고, 거기에는 남과 북이 없습니다. 전에 최룡해씨가 북한 태권도협회장을 했을 때 꺽기 등 몇가지 동작을 조금 다르게 선보이고, 북한 군인들을 가르칠 때 태권도 도복 속에 쇠구슬 같은 걸 넣어 척척 소리가 나게 만들어서 그런 걸 본 사람들이 남과 북의 태권도가 다른것 같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태권도의 정신과 기본적인 품새 등은 근본적으로 다 똑같습니다.”

정 대표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큰 할아버지가 지역 부사(지금의 시장·도지사 급)였기에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이라 독립운동을 위한 군자금을 대기도 했다. 할아버지 형제들은 독립운동을, 아버지 형제들은 전쟁 중 반공투쟁을 하다 돌아가셨다. 정 대표는 최근 3년간 민족통일아산시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는데, 민족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선대의 뒤를 이어, 이제는 통일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남북 화합을 위한 그의 매개체는 태권도이다.
 
028.jpg▲ 정찬모 대표가 한국대학태권도연맹 회장을 역임(2000-2004)하던 당시 대학태권도 대회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주는 모습이다.(사진 제공= 정찬모)
 
시민단체, 사유화로는 존립할 수 없어

정 대표는 태권도·올림픽 관련 각종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국제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왔지만,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민족통일협의회 등 지역사회에서도 시민사회단체장으로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4월, 아산시에서 44개 단체 150여명의 시민단체장들이 통일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한 ‘통일실천지도자 전진대회’에 2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전국 각지에서 이런 저런 행사들을 열고 있는데 좋은 취지의 시민단체만큼은 개인이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시민단체에 몸을 담아봤는데, 그 단체의 활동 내용이나 방향이 한 리더의 개인적 욕심에 의해 움직여지는 순간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그 시민단체는 시민이 아닌 개인의 것이 불과해지죠. 개인의 명예, 이익,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시민단체를 이끌어서는 안됩니다. 시민단체는 회원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이고 리더여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생활형 통일운동 활발해져

통일천사 아산특별본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을 포함한 회원들과 함께 매년 1~2회 분단 현장을 방문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탈북민의 정착을 돕고 북한에 대한 이해, 통일 의식 고취 등을 목적으로 한다.

생활형편이 넉넉치 않은 탈북민 회원들은 ‘늘하늘빛봉사단’, ‘탈북민예술단’ 등 스스로 봉사단체를 만들어 지역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무료 공연도 펼친다. 탈북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기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바로 작은 지역사회 곳곳에서 생활형 통일운동이 점차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시민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 개혁 입니다. 통일을 위해 개인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죠. 그런데 평소 의식이 깨어 있으면, 어떤 큰 변화가 도래했을 때 대처할 수가 있습니다.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이죠. 어떤 변화를 겪을지 모를 상황에서는, 적어도 관심을 갖고 긍정의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통일 운동은 통일의식을 깨우는 것입니다.”

태권도 5대 정신은 예의(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한다), 염치(도리에 어긋나면 부끄러워한다), 인내(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디어낸다), 극기(자기 욕망을 참고 굳건한 의지를 기른다), 백절불굴(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바르게 이겨낸다)이라고 한다.

정 대표가 말한 통일 의식이 태권도 정신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분단 상황에 놓인 현재의 우리는 분단을 끊어내지 못한 것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통일의 의지를 굳건히 다져 이 땅에 평화를 내림므로써 선대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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