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두 번의 전쟁은 안돼”
신 대표는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방어체계로서의 무기는 반드시 필요하나, 그 무기들이 사용되는 날이 와서는 안된다”면서 만에 하나 발발할지도 모를 전쟁을 걱정했다.
“전쟁이 나서 나라가 폐허가 된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생하며 살아야 합니다. 장·노년층 세대들이 걸어온 길을 지금의 청년들이 다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이 전쟁 없는 평화통일이 절실한 이유라는 설명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제2의 햇볕정책 같은 퍼주기식 대북지원이 그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금의 평양은 우리나라 90년대 말 정도의 수준으로 잘 사는 편입니다. 그러나 평양 밖의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약 2200만명의 주민들은 우리가 60년대 초반에 겪은 보릿고개처럼 어렵게 살아가고 있죠. 그렇다고 하여 다시 쌀을 보내거나 개성공단 등을 재가동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그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원조만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는 아프리카 각국의 현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고 덧붙였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히려 원조 때문에 성장을 못했다며 원조를 거부하는 곳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탈북민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장마당을 사례로 들며 “북한이 경제적 압박을 받자 주민들의 자급자족 능력은 더 커졌다”고 말하고 “외부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든 안받든 일반 주민들은 언제나 어려웠다. 차라리 지금처럼 주민들이 스스로 시장경제의 맛을 알고 개방의 길로 가도록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했다.
탈북민, 경제활동 할 때 자신감 얻어
신 대표가 이끄는 통일천사 대전본부는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직업교육을 기초과정부터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들과 만나 함께 식사하며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여가를 즐기며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하지만, 직접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직업 교육입니다. 물론 한국에서의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다거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자신감도 많이 결여돼 있구요. 그래서 시작한 게 공예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가볍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종이·가죽·금속공예 등의 수업으로 흥미와 자신감을 찾게 해 주고, 그 다음에 심화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통일천사 대전본부는 지난 해 기초과정으로 생활공예 실습 교육을 시작했다. 탈북민뿐 아니라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외국인들도 참여했다. 낯선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을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기에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올해에는 보다 심화된 과정으로 개설돼 매주 토요일 저녁 전문 강사로부터 실습교육을 받는다. 신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강좌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교육성과가 정말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단순한 수공예 기술 외에도 컴퓨터를 활용한 웹디자인 등의 IT 기술도 필요로 합니다. 그러한 전문 기술을 교육하는 강좌는 구청, 시청 등 지자체에서도 많이 개설돼 있는데 우리의 교육과정들이 지역 기관 프로그램과도 연결되도록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자립 아니겠습니까. 스스로 생산적인 일을 하고 그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적응도 빠르고 자신감도 찾게 됩니다.”
“건강한 국가되려면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 필요”
시민사회에서의 활동과 국가의 전략을 논하는 연구를 두루 해 온 신 대표는 정권 교체에 따라 바뀌는 대북 정책만큼이나 시민 운동의 방향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시민운동은 굉장히 편향돼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블랙리스트만 걱정하는데, 화이트리스트도 존재합니다. 집권 세력과 이념이 다르면 정부지원금을 받거나 활동영역에 보이지 않는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는 적극 지지와 지원을 받는 화이트리스트 단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과연 보편적인 여론인가에 대해서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건강하려면 이념적으로 어느 한 쪽의 편향된 목소리만 존재해서는 안되고 두 측에서 균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와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들이 더 많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이 더 나은 국가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생각과 힘을 보태야 하는데, 특정 단체와 단체장만을 교육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그것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그 목소리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해 갈 수 있도록 하는 ‘비전의 확산’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