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권처원 통일천사-충남] “내 이웃에 대한 따듯한 관심이 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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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처원 통일천사-충남] “내 이웃에 대한 따듯한 관심이 변화의 시작”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7.07.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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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jpg▲ 권처원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충남본부 상임대표
 
“인류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 대한적십자사를 소개하는 글의 첫 번째 문장이다. 아무리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하더라도 유토피아(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 누군가의 손길은 반드시 필요하다.

권처원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통일천사) 충남본부 상임대표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에서 1997년부터 천안 성거읍 단위봉사 회장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20년째 활동해
왔다. 시간으로는 7,000시간인데 올해 3월 대한적십자봉사회 천안지구협의회 회장에도 취임했다. 고통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해 온 권 대표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거리낌없이 대답했다.

“앞으로도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인터뷰 / 글·사진 허경은


“어릴 때 부르던 통일 노래, 지금까지도 부르게 될 줄이야”

권처원 대표는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났다. 전쟁 후에도 마을 곳곳 비포장 도로 위를 총을 메고 지나가는 미군들을 보면 무서워 숨기도 했고 때로는 얻어먹을 거리가 있을까 싶어 따라다니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논두렁에 흩뿌려져 있는 삐라(대남선전물)를 주워다 학교 선생님께 제출하며 칭찬을 받기도 했고, ‘우리의 소원’을 입버릇처럼 부를 때는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통일 노래를 부르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마음 속에선 당장 될 것 같았는데...”

이산가족 만남을 위한 실무 접촉 및 상봉 행사를 남북적십자사가 주관해 왔으니, 그 사업에 직접 간여하진 않았더라도 오랫동안 적십자사봉사회 활동을 해온 권 대표로서는 한반도 분단을 가슴 아프게 실감해 왔을 것이다.

사할린 거주 동포들, 한국음식 먹으며 눈물 흘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단체장이기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업에 참여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기억나는 행사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초청으로 모국을 방문한 사할린 거주 동포들을 천안에서 맞이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다.

권 대표는 이들 모두에게 한복을 맞춰 입혀드리고 정성껏 장만한 한국 음식을 대접하며 천안 거주 탈북민들과 함께 칠순 잔치를 벌였었다. 참석하신 분들은 국권 상실 이후 러시아로 넘어가 낯선 땅 사할린에 정착,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동포들 가운데 아직 생존하신 어르신들이었다. 그 분들이 격어야 했던 아픈 지난날을 생각하면 실로 감격스러운 자리였다.

9 (4).jpg▲ 2015년 11월 안동 하회마을로 문화 탐방을 떠난 사할린동포·다문화·새터민(탈북민)·외국인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9 (3).jpg▲ 2016년 6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천안지구협의회에서 열린 ‘사할린동포(고려인) 모국 초청방문단 환송회’에 참가한 해외동포들과 주최측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회원들이 만들어 준 음식을 들며 가장 감동스러워 했는데, 너무 맛있다며 고맙다 말하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분들이 그리워한 조국 땅은 둘로 나뉘어 있지만 변하지 않은 음식 맛은 원래 하나였던 지난날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지역사회 봉사단체마다 그의 이름

권 대표는 천안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천사와 적십자사봉사회 활동 외에도 그 동안 재향군인회 회장, 바르게살기위원회 위원장, 라이온스클럽 회장, 자율방법순찰연합대 연합대장, 천안시의회·충청남도의회 의원, 충남 건설소방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권 대표는 과거 방범대장을 할 때에 탈북민 몇 명을 음주 방가했다는 이유로 검거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탈북민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그가 
끊임없이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무리 사회가 많이 발전했어도 우리 가까이에서 소외되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피부로 느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심화돼 사회적 소외계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소외계층 가정에 쌀 20Kg씩 지원하던게 지금은 고령의 독거노인이 많아져 그의 절반인 10Kg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타 생활용품으로 대체하고 있죠. 탈북민 가정의 경우에도 하나원을 나온 후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젊은 층들은 학업이나 일자리를 찾아 서울, 인천 등 대도시로 떠나기 때문에 탈북민 가정과 교류하려고 해도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나이든 장·노년층이 대부분입니다. 지역 사회에서 소외계층을 돕고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더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탈북민과 1:1 자매결연, 송년회는 자선행사로

통일천사 충남본부는 매년 연말이면 탈북민들과 함께 자선 송년회를 연다. “단순히 한해를 마무리하며 먹고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뜻 깊은 송년을 위해 자선 행사를 겸한 모임이 되게 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송년회 때는 탈북민 가정과 지역 주민들이 1:1 자매결연도 맺는데, 그것은 송년회를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영신’(迎新)의 행사로 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탈북민들에게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알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번 모였다 헤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일회성 행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1:1로 자매결연을 맺으면 계속해서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점차 마음도 열게 되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이웃보다 더 가까운 ‘친구’입니다.”

통일천사 충남본부에서는 탈북민 가정의 자녀들을 돕기 위한 장학금 모금을 위해 천연기능성비누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권 대표는 그 비누를 적십자사봉사회가 여는 자선 바자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역할도 한다. 그는 “비누는 언제나 생활 속에서 쓰는 용품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이 비누를 사용할 때마다 탈북민 등 소외계층을 떠올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관심에서부터 나온다. 그의 바쁜 일상이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닿아 따듯한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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