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염형국 공익변호사] “이웃이 행복한 사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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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국 공익변호사] “이웃이 행복한 사회 만들고 싶다”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7.07.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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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jpg▲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익’(公益)’은 사회 공동체와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뜻한다. 이 공익실현의 기본요건은 ‘인권보호’이다. 따라서 어느 변호사가 스스로를 ‘공익변호사’라고 한다면 그의 첫 번째 관심은 인권문제이어야 할 것이다. 공익변호사의 타이틀로 변호활동을 하고 있는 염형국 변호사를 ‘인권변호사’라고 달리 호칭해도 좋은 이유이다. 원론적 얘기지만 “인권이 보장돼야 민주주의 가치가 지켜진다”는 그의 발언을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인터뷰 주인호 / 글·사진 허경은


한국의 인권은 세계적 수준

염형국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먼저 한국의 인권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우리가 인정하고 자부해야 할 부분에 대해 설명을 이어 갔다.

“한국의 인권보장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지금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총기 살인, 폭력 등이 난무하고 여성·아동 학대, 인신매매 등의 피해자를 국가가 구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도 과거 60~70년대에 일부 그러한 문제들이 있기는 했으나 지금은 굉장히 많이 성장했고 국민들 의식 속에 ‘인권은 보장되어야 할 가치’라는 기본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는 우리보다 앞선 유럽의 일부 인권선진국들에 비하면 뒤쳐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인권상황이 우리보다 나은 국가라고 해도 손에 꼽을 정도이며, 미국·일본보다도 어떤 측면에서는 더 앞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의 인권 수준을 높게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 마음 속의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이 급속히 이뤄졌고 억압받던 경험이 많아 이제는 조금만 통제되도 반감이 생기고 모든걸 다 보장받아야 한다는 기대치가 생긴 겁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인권이란 용어 조차 쓰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인권 수준은 많이 성장했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인권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때문에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도 인권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권 사각지대를 살피다

염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년차(2002년)일 때 박원순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특강에서 “시민단체 활동에 변호사들이 필요한데 그런 일을 하는 변호사가 없다”고 했던 말을 듣고, 그 이듬해 박원순 이사를 찾아가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법연수원 졸업 후 2004년 1월부터 아름다운재단의 공익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런 인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공익변호사라는 이름으로 변호업무가 시작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혼자 시작했던 일이 지금은 변호사 9명, 간사 3명과 함께 ‘공익인권법재단공감(이하, 공감)’을 운영하고 있다. 공감은 후원자들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법률지원은 공익활동에 맞게 의뢰인이 인지료만 지불하면 되고, 소송비용(변호사비용)은 무료다. 변호 대상도 여성, 장애인, 이주난민, 아동, 취약노동계층, 빈곤층, 성소수자 등 광범위하다. 그 중에서도 염 변호사가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확인해볼 수 있는 척도로서 
깊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곳이 바로 교도소와 정신병원이다.

“한국의 재소자 인권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병원은 근래까지도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였죠. 생명(신체)은 인권의 기본인데도 인신(人身)의 자유를 너무나 쉽게 억압하는 곳이 정신병원이었습니다. 보호자 동의와 의사 진단서만 있으면 강제로 감금입원시킬 수 있었죠.”

OECD 국가 중 유독 한국만이 입원 병상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평균 입원기간도 압도적으로 길다. 심지어 정신질환자가 아닌데도 누군가를 감금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많았다. 이에 염 변호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그룹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강제입원과 관련한 정신보건법 개정을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했고, 작년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의사 2명의 진단이 있어야 하고 새로 도입된 입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입원이 된다.

약자에 대한 ‘인식 전환’ 시급

“물론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 동안 감금돼있던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올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정신보건 예산의 97%가 정신병원으로 투입되었으나, 이제는 그 예산을 이들을 치료하고 교육할 지역사회 기반 시설로 돌려야 합니다. 물론 이것과 관련한 법 개정도 최근 통과되었습니다.”

기존 정신보건법의 폐해는 정신질환자가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한국의 강제입원 비율을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다. 염 변호사는 이것이 곧 우리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시대입니다. 외국에서는 정신과를 찾아 상담하고 치료받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제도가 변하는 속도에 비해 인식의 변화가 느립니다.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인종, 탈북자, 성소수자 등 많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식에 모두 해당합니다.”

그는 이런 인식 전환을 위해 법률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및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인권 인식전환 캠페인, 인건법 캠프, 중·고등학생 인권강좌, 로스쿨 인권교육 등이다.

035.jpg▲ 미추홀 외국어고등학교 인권 동아리 방문 모습
 
북한인권 해결을 위한 최선의 길은 ‘통일’

모든 분야·대상에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북한인권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공감은 해외에 체류중인 탈북 난민들을 돕는 활동도 하는데, 직접적인 법률 지원은 어렵기 때문에 의견서를 작성해 전달함으로써 미국, 유럽 등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돕는다고 했다.

“한국은 통일이 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심한 표현을 쓰자면 결딴날것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서도, 한국의 경제성장이나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우월·열등 의식이 강할 때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합니다. 동남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시와 차별은 자신이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에서 비롯되는데, 그런 사람들은 백인에 대한 열등 의식 또한 큽니다. 우월감이 커질수록 열등감도 커지는 거죠. 만약 통일이 된다면 차별은 더욱 심각해지고 인권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던 문제들이 그 때엔 사회전반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일 뿐이며 누가 더 우월하고 열등하다는 인식이 사라지도록 계속해서 의식 전환 운동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공감’이 차별 없는 세상 만들 것

공감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와 함께 법률 중개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염 변호사는 프로보노지원센터의 센터장이기도 하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뜻의 라틴어 약어로 변호사가 소외계층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공감은 지난 2013년 12월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독립하여 별도의 공익법인을 창립하면서 향후 20년 비전 발표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프로보노 활동의 확산이었다. 공감은 또한 공익변호사 양성을 위한 허브 역할과 국제 인권 활동 강화를 위한 국제인권센터 설립도 목표로 세웠다. 사람을 돕고 이런 활동을 할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 염 변호사가 답했다.
“거창한 대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 이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고, 그럴 때 저도 행복을 느낍니다.”

그의 법무법인 이름처럼 ‘공감’이야말로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이고 그것이 곧 차별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건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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