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박범진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회복 위한 시민 운동이 ‘통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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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진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회복 위한 시민 운동이 ‘통일’로 가는 길”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7.07.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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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jpg▲ 박범진 (사)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저는 대학 때 사회주의에 관심이 많았어요.”

누구보다 북한인권운동에 적극적이고 이를 위한 국제적 활동에도 앞장서 온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에게 이런 ‘고백’을 들을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제3세계에 대한 관심과 비동맹운동은 주로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독립한 후 겪는 과도기적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범진 이사장은 지식인 사회에서 그런 이념기류가 형성되던 196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서클활동을 하는 등 비동맹운동에 가담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제 14·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북한의 실체를 깨닫게 되면서 북한인권 회복 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교육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정부의 유아·초중고등·실업·특수·평생교육 정책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전 한성디지털대학교(현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로 교명 변경) 총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미래정책연구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언론, 정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우리 사회의 원로이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국가입니다. 우리가 가진 건 인적자산 뿐이죠. 그래서 더욱 사람이 먼저이고 올바른 교육이 뒷받침돼야 미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박 이사장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들어보았다.

인터뷰 주인호 / 글·사진 허경은



‘북한인권시민연합’ 도움 받아 탈출한 탈북자만 728명

탈북과정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도움을 받은 탈북민의 숫자만도 무려 728명에 달한다. 1996년 5월 4일 인권운동가, 탈북자 등 95명이 모여 시민연합 창립총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북한인권운동을 벌여 온 북한인권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은 국내외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만 벌여온 것이 아니다. 자유를 찾기 위해 생사의 기로에서 내미는 북한 주민들의 손을 위험을 무릅쓰고 힘껏 잡아 주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해에 발간한 ‘양심과 정의의 승리, 함께한 20년’이란 제목의 활동 화보집이 시민연합의 활동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저희가 직접 탈북 과정을 도운 숫자로만 미루어 보더라도 매년 탈북자가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가장 많은 112명의 탈북자를 구했네요.”

박 이사장은 인터뷰에 배석한 김영자 사무국장과 함께 지난 20년간의 탈북자 구제 활동 년도와 수치를 가늠해가며 말을 이었다.

‘고난의 행군’ 참상 알고 나서 국제공론화 필요성 절감

박 이사장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 총재 비서실장을 맡으면서부터이다. 매주 열렸던 수석비서회의에서 반기문 당시 외교안보 수석 비서관이 “북한이 현재 심각한 기근으로 인해 아사가 발생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보고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반기문 수석비서관의 건의를 토대로 회의를 거쳐, 1995년에 처음으로 우리 쌀 15만톤이 북한으로 무상 지원되었죠. 그러나 그 당시에는 북한의 상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고난의 행군’의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북한인권 및 통일운동 시민단체들이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관련 단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민연합은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리기 시작한 단체이기도 하다. 시민연합은 창립 때부터 북한인권 문제가 우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국제공론화를 통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국제활동을 전개했다. 1999년 12월 1~3일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조선일보와 공동주최로 ‘제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계간지를 국·영·일문으로 발행해 외신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는 됐으나 정작 한국사회에서 공론화는 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국내에서는 북한인권을 말하면 정치적으로 엮는 경우가 많아 활동이 수월치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엔의 북한인권법 통과에도 기여 

시민연합은 창립 이래 가장 큰 성과로 지난 201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유엔인권최고대표와의 만남을 꼽았다.

033.jpg▲ 지난 2012년 12월 3일, 탈북민을 포함한 북한인권시민연합 대표단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나비 필레 이(Navi Pillay, 오른쪽에서 세 번째) 당시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만난 모습

“2012년 12월 3일일에 요안나 호사냑(Joanna Hosaniak) 시민연합 부국장이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 두 명, 줄리 데 리베로 휴먼라이츠워치 제네바사무국 국장 등과 함께 시민연합 대표단을 구성해 나비 필레이(Navi Pillay) 유엔인권최고대표(2008~2014)를 만났습니다.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국내NGO와 북한 정치범수용소 피해자들이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만난 건 이때가 최초로, 당시 정치범수용소와 납부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한 조취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나비 필레이 대표는 우리 대표단의 내용을 수용하고, 한달 후인 2013년 1월 14일, “북한에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 특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특별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유엔인권이사회에 이 문구가 통과되고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탈북민에게 손을 내밀어 주세요”

시민연합은 탈북자 구출작업 외에도 정착지원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001년부터 시작해 방학때마다 운영하는 ‘한겨레 계절학교’를 비롯해 ‘하나원’ 토요방문 프로그램, 남북한대학생 리더모임 ‘가온누리’, 탈북청소년 진학·진로 프로그램, 장학멘토링, L4(Learn to Love, Love to Learn) 축구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탈북 청소년들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게 기획·진행해왔다.

꽃제비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책 <소년 자유를 훔치다>를 출간(2013)하고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혁’, 평양의 부유한 군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추방 생활을 하다 탈북해 근래 영국에 전액 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따고 돌아와 자신의 경험담을 국·영문 책 <거리 소년의 신발>(2017 / 영문서: Every falling Star, 2016)로 출간한 ‘이성주’, 노래와 그림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래퍼이자 화가 ‘강춘혁’ 씨 등도 시민연합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박 이사장은 탈북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 그리고 관심이라고 말했다.

“탈북민들의 정착은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 친인척들이 바로 이들을 통해 한국과 세계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잘 성장한 사람들은 정착에 어려워하는 다른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용기를 주고 희망이 됩니다. 지금 북한 내부는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탈북 가족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어 깨어나고 있고, 장마당 문화를 통해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연합은 격월간으로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북한난민 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캠페인 등도 벌이고 있는데 매년 북한의 여성, 아동, 고문, 정치범수용소 등 상황 별 이슈에 따라 연구 보고서도 내고 있다. 북한의 상황은 흔히 하는 말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이슈의 핵심은 바로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인권’의 몰락이다. ‘탈북 도우미’ 운동을 응원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하는 뜻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창립취지문(1996년 5월)의 한 문구를 마지막으로 여기에 옮긴다.

“북한인권운동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운동주체를 놓고 볼 때 시민운동이요, 파급 효과를 놓고 볼 때 통일기반 조성운동이요, 운동방향을 놓고 볼 때 국제운동이요, 역사적 교훈에 비추어 볼 때 평화운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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