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문화예술이 남북을 잇는 메신저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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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헌 한국미술협회] “문화예술이 남북을 잇는 메신저되게 하자”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7.06.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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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jpg▲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통일부장관상 수상자라고 하면 흔히 통일외교 분야 혹은 북한문제 전공 학자나 통일 관련 시민운동가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나 미술인으로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한 인물이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다. 그는 과거 남북미술교류전 등을 기획하고 관련 활동을 위해 두 차례 방북을 하기도 하는 등 국가가 하기 어려운 남북 화합의 장을 미술 프로젝트에 담아낸 공로로 통일부장관상을 수상(2005년)했다.

그는 협회 이사장 취임 이전부터 오랫동안 미술인의 권익 보호와 복지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와 미술창작을 병행하면서 예술가이자 예술경영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거기에 매이지 않는 편이다. 서양재료를 가지고 동양화를 창작한다. 그가 남북교류전을 기획, 추진했던 배경에도 다름의 조화와 융합을 시도해 온 그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남북을 이어주는 메신저이자 남북 문제를 풀어주는 단추는 문화 예술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터뷰 주인호 · 글 허경은


미술품에 대한 적정한 가치 부여를 제도화 해야

이범헌 이사장은 먼저 대한민국 예술가들의 현실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예술인들은 많은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술뿐 아니라 순수창작의 분야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어려움이죠. 바로 예술인들의 권익 문제인데, 이들의 직업적 권리 보장을 규정하고 작업활동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는 ‘국세청 조세물납제도’에 미술품을 포함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물납제도는 현금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등 재산으로 조세채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경우엔 여기에 미술품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관련법의 조례 규정을 개정하여 미술품들에 대해 각각 적정한 경제적 가치를 산정, 부여하고 금융권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미술품 담보제도를 시행하면 미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훨씬 더 활발해지는 등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은행’ 설립 통해 무명 미술인들의 창작활동 도와

물론 한국도 미술인 처우라던가 미술품 거래 제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가는 중이다. 그가 조례 개정에 관여해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미술은행’ 제도이다.

“과거엔 미술품 관리는 조달청에서 했습니다. 조례 상 미술품 관리주체는 조달청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물품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말 그대로 물건 취급을 받지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부여는 안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 4년 전, 조례개정을 통해 ‘관리는 조달청이 하되 운영은 전문기구로 이관한다’로 바꿔 문화부로 이관되면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정부소장미술품 미술은행이 가동되게 된 것입니다. 조례 한 줄의 변화로 이제는 어느 작가라도 자기 작품을 미술은행을 통해 정부 소장품이 되도록 응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심사과정을 통해 뽑혀야 하지만 기회는 만들어진 것이죠.”

중앙정부기관들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미술품을 함부로 사들여 걸거나 교체하기 힘들고 미술은행을 통해 대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는 조례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미 없는 법의 소모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부가 작년부터 시행한 ‘아티스트 피(Artist Fee: 작가보수)’ 제도가 있습니다. 작품을 출품하는 과정도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니 가령 전시회를 하는 기간 동안 노동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내작가의 작품을 기획 전시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현대미술을 기획하다보니 작고작가나 원로들은 기회가 거의 없고 외국작가들 위주로 하게 되죠. 결국 제도는 있으나 무용지물인 것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티스트 피 제도는 국립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 등 정부 예산이 잡혀 실행이 가능한 곳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미술관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정규교육과정을 밟고 학위까지 받아 사회에 배출된 이들 중 99.9%의 작가들은 사비를 털어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회도 대관부터 액자 하나까지 모두 스스로 마련해 무료 전시를 한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결국은 그의 표현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문화재로서의 가치 지니는 작고작가의 묘역 조성할 것”

이 이사장이 한국미술협회에서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작고작가 재평가’이다.

“이름 없이 작품만을 남기고 간 수많은 작고작가들이 전국 각지에 있습니다. 이분들의 경우엔 지역에서 향토·문화사적 가치를 가졌으나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분들의 생애와 작품을 재평가하여 그에 맞는 예우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는 작고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다루는 아카이브 형식의 테마파크형 공원묘지를 만들 계획이며, 이를 위해 원로작가들에 대한 미술품 수장제도도 만들어 그들의 작품들이 잘못 방치되는 것을 미리 막겠다고도 했다.

“흔히 묘지라고 하면 죽은 자들의 공간이라 생각하지만, 저는 죽은 자보다 산 자들이 더 많이 찾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술가는 한 평생 혼을 담아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0.01%의 스타작가가 되지 않은 한 특별한 보상 없이 모든 것을 세상에 뿌리고 사라지게 됩니다. 그들의 생애 끝이 외로운 비석하나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친화적이자 문화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공원묘지로 만들어 그들의 사후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역사를 재평가하고 선인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를 살아갈 후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이 사장의 생각과 계획에 지지를 보내게 되는 대목이다.

통일도 미술창작처럼 상생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이 이사장의 대표작인 ‘꽃춤’을 보면 수북한 철쭉 꽃무리 아래 사람들의 다리가 그려져있다. 

025.jpg▲ 이범헌 ‘꽃춤(花舞-Flower Dance)’, 2014
 
박정수 미술평론가(한남대학교 겸임교수)는 그의 작품에 대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하며 “모아져 움직이는 철쭉의 미감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성을 이야기 한다. 각기의 살 길을 살면서도 개개의 정신적 파장이 모였을 때 더욱 강화되는 삶의 이치에 다가섬이다”라고 평론했다. 실제로 이 이사장은 자신의 삶과 작품에 언제나 상생적 관점을 중요시한다고 말했었다.

“희노애락은 우리 인생에 있어 모두 피할 수도 없고 어쩌면 꼭 필요한 지도 모를 요소들입니다. 슬픔을 없앤다고 더 기쁜 게 아니죠. 작품의 주제 방향도 대부분 이런 희로애락의 상생을 표현합니다. 결국 어떻게 어울어지는가가 중요합니다. 지난 날 남북통일교류전에 참여했을 때도 그런 관점으로 작업했습니다. 어둡다 생각하는 것을 없애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대로를 인정하고 어떻게 조화를 이뤄 화합의 길을 만드는가가 중요하겠죠.”

그의 작품을 언뜻 보면 꽃무리가 참으로 화사하고 화려하다. 그러나 그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발길들이 눈에 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발길의 움직임(Action)과 하나된(United)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그의 그림처럼 화사한 꽃무리가 피어 나는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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