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문화적 삶] '붉은 닭'의 울음소리가 새 시대의 새벽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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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삶] '붉은 닭'의 울음소리가 새 시대의 새벽을 알리다

기사입력 2017.01.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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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열망 속에 ‘정유년’을 맞으며

새 해가 밝았다. 새로운 빛의 도래를 예고하듯 닭띠 해를 맞았다. 2017년 정유(丁酉)년을 가장 먼저 기념한 곳은 우정사업본부다. 지난 12월 1일 발행된 연하우표에는 눈 속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는 닭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홀로그램박을 적용해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디자인됐다. 

13 (1).jpg정유(丁酉)년 연하우표 (출처: 우정사업본부)
 
닭은 촉야(燭夜: 어둠을 밝힌다)로서 새벽, 희망을 의미해 ‘태양의 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닭은 부활을 통해 깨우침을 주고 인간에게 예지를 주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으며, 번식성이 강하기 때문에 살림에 보탬이 되는 가축으로도 길러져 왔다.  

정유년의 ‘정(丁)’은 붉은 기운을 상징해, 붉은 닭의 해에 속한다. ‘붉다’는 것은 밝음과 총명함을 뜻하므로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총명한 아이를 기대할 것이고, 대선을 앞둔 국민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할 것이다. 

가정의 화목과 민족의 화합을 상징하는 그림 속 닭    

045.jpg(1) 변상벽 '모계영자도(母鷄領子圖, 18세기)'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2) 이중섭 '부부(1953)'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卞相璧, 1730~ ?)이 그린 ‘모계영자도’에는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등장한다. 병아리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어미닭의 모습에서 애틋한 모성(母性)과 정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은 오복의 하나인 자손의 번창, 가정의 다복과 화목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민족의 화가'라 불린 이중섭(1916~1956)의 ‘부부’에는 청색 날개의 수탉과 홍색 날개의 암탉이 등장한다. 위, 아래에서 서로를 향해 날아들며 포옹하고 재회(再會)의 입맞춤을 하는 모습이다. 
이중섭은 평안남도 평원 태생으로 평양에서 살다가 6/25 전쟁 때 남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북에 남겨진 어머니를 내내 그리워하며 살았고, 가족의 안정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낸 후 홀로 외로운 삶을 살다 정신질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부부’라는 제목으로 그린 그림은 통상 생이별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으로 이해되지만 남북화합을 상징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닭을 등장시킨 것은 화목, 화합, 풍요, 개벽 등을 상징하는 동물임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서곡(序曲)이 들리는가

옛말에 ‘닭이 우니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니 지난해의 재앙이 사라진다’고 했다. 여전히 진행중이긴 하지만 지난 해 한국을 혼란스럽게 뒤흔든 탄핵정국 속에서 어느 때 보다도 국민들은 개혁적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붉은 닭의 해'를 맞으면서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닭은 다섯 가지 덕을 지닌 서조(瑞鳥: 상서로운 새)로 여겨져 왔다. 관을 쓴 것 같은 닭의 벼슬은 문(文)을,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를 뜻한다. 또 적 앞에 물러서지 않고 용맹히 싸우는 것을 용(勇), 먹을 것을 보면 무리들을 불러 모은다 하여 인(仁), 새벽이면 어김없이 울음으로 알린다 하여 신(信)이라 했다.

이렇듯 오복을 지닌 동물로 칭송되지만,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고 땅에 머무름으로 존재 양상의 이중성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새벽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란 해석이 따른다. 

물론 닭의 해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날카로운 부리로 흙 속에 묻힌 것들을 쪼아 파헤치는 닭의 특성처럼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외부의 공격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하면 그리 걱정해야 할 일만은 아닌 듯 하다. 

탄핵 정국을 초래한 모든 사건들이 법적 규명에 의해 완전히 판명되지 않은 이상 구설수로 그치게 될 수 있는 것들을, 이 기회에 분명히 바로 잡고 감으로써 그야말로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한 토대를 다질 수 있는 시기로 보아도 좋을 듯 싶다.

끼와 재주가 많지만 그렇기에 구설수에 휘말릴 위험도 큰 원숭이 해였던 탓인지 나라의 운과 지도자의 역량에 많은 문제가 제기됐던 병신(丙申)년은 역사의 갈피에 묻어버리고 이제 나라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렸다는 자각으로 정유년 새해를 맞이해야겠다. 한낱 띠별 운세로 나라의 운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닭띠 해가 가져다 줄 긍정의 기운을 응원으로 삼아 새로운 변화의 의지를 굳히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 믿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붉은 닭이 주는 밝고 총명하고 풍요로운 기운이 우리의 가슴에 번지길 기대해본다. 그로 말미암아 서로에 대한 비난과 증오보다는 화합과 이해를,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이산보다는 상봉을 선호하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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