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임을출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 민간 교류를 통한 소통이 ‘신냉전시대’의 통일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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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 민간 교류를 통한 소통이 ‘신냉전시대’의 통일전략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6.11.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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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jpg▲ 임을출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 센터장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임을출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 ‘글로벌 거버넌스와 북한의 법제도’, ‘라진·선봉지역 물류분야 남북 협력방안 연구’ 등 17권의 저서와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을 발간해 온 북한문제 전문가이다. 최근 중국에 다녀왔다는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답답한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말문을 열었다.

“수시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을 오가며 현지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간에 역사를 보는 시각이나 군사·안보적 목표 등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는 걸 현장에서 절절하게 느끼고 돌아옵니다. 대부분 정치학자나 관료들을 만나 토론을 하는데, 이들은 확실히 ‘양보할 수 없는 이익’, 즉 국익 우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전 이번에도 또 깨달았습니다. 국제 관계의 원활한 개선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정치가 아닌 시민사회 간의 교류와 신뢰의 축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놓고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임 센터장은 신냉전시대를 단순히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바라보면 안된다고 했다. 각국 사이에 국익을 놓고 첨예한 이견이 존재함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 더욱 집중하여 시민의 힘으로 냉전적 대립구도를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인터뷰 주인호 / 정리 허경은


분단 100년이 되기 전에 반드시 통일해야

한 세대만 더 지나가면 분단 100년이 된다. 임 센터장은 이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일 수 있지만 분단 100년을 넘어서는 것은 한반도에 더 큰 불행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매우 심각하죠. 각박한 사회에서 힘들게 청장년기를 보내고나면 노후에라도 편하게 지내야 할텐데, 갈수록 고령화 사회가 커지면서 이들에게 돌아갈 노후 복지혜택도 크지 않을 겁니다. 관점을 조금 바꿔봅시다. 매년 어마어마한 돈이 군사·안보를 위한 국방비로 쓰여지고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고액의 최첨단 무기들을 사들이게 되죠. 이런 지출이 청년실업 해소와 노후 복지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당장이 힘든 청년들은 통일 비용을 걱정하며 통일을 반대하지만, 노후에라도 편하게 살고자 한다면 분단비용을 줄일 생각도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더욱 강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북한 고위관료들을 포함한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북한 붕괴론이 학계나 사회적 논의에서 나름대로의 논거를 갖고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센터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김정은 정권이 이대로 유지되기 힘들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권이 나약한 건 아니라고 했다.

“김정은 정권은 오히려 김정일 때보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더 강해져 있습니다. 지속적인 핵 개발과 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군사력 강화에 더 힘을 쏟고 있지요. 경제력도 김정일 때보다는 나아진 상태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자연스레 형성된 장마당에 대해 당에서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식 시장경제가 만들어진 겁니다. 정치력은 말할 것도 없구요. 북한은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강력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강력해진 정권이 지속가능한가인데 전 회의적입니다. 이미 북한사회에 많은 정보들이 유입되어 일반 주민들도 체제의 문제점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정치로는 더 이상 정권을 유지하기가 힘든 것이죠. 만약 그 체제가 민주적으로 변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정권 유지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수령유일영도체제의 공산정권에 그러한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결국주민을 위한 정치로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군사·경제적 파워가 커진다고 해도 정권유지, 나아가 체제존속이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 파악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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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센터장은 지난 8월 저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를 출간했다. ‘사금융과 돈주’라는 부제(副題)대로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사적 기업활동의 현황과 북한판 자본가인 돈주들의 성장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이데올로기적 시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북한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북한사회를 객관적인 눈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통일 준비의 첫 걸음이라고도 강조했다.

“과거 공산 국가였다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며 변화한 몽골, 중국처럼 북한에도 그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북한은 정상적인 공산 국가가 아니죠. ‘국가’라고도 볼 수 없고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의 체제도 아닙니다. 중국은 집단지도 체제 하에서 지도부 간 협상과 타협을 통해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습니다. 체제 안보 등에 대한 불안감도 전혀 없었죠. 그러나 체제 안보의 불안감이 매우 크고 모든 권력이 수령에게 집중된 북한에서는 시장경제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변화가 있더라도 몽골, 중국에서 보지 못한 북한식의 혼합된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될 것입니다.”

그는 이어 문화의 이질감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수많은 탈북자들과 교류하며 연구 활동을 해 왔습니다. 제자들 중에도 탈북 학생들이 있습니다. 초기 정착단계의 탈북자들과 한 달만 소통해보세요. 그들이 굉장히 예민하고 피해의식이 강하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이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죠. 항상 감시와 통제를 받고 비판하는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쾌하게 그려지는 모습, 아니면 처참할 정도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모습 등 극단적인 양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그들의 생활문화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의식 상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임 센터장이 끊임없이 강조한 것은 신냉전, 북한정권의 본질, 주민들의 생존 방식 등에 대한 객관적 관점이었다.

정치에 의존하기 앞서 민간이 소통의 길 열어야

“가장 큰 걸림돌은 각국의 국내정치입니다.”

우리 스스로 극심한 남남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는 정치가 통일을 막고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임 센터장의 견해는 조금 달랐다. 사실상 대부분 국가들의 국내정치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라서 통일을 위해서는 정략적 득실을 따지게 마련인 정치에 기대하기 앞서 정치가 아닌 분야에서부터 먼저 의견을 모으고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정치가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큽니다. 6개 나라가 평화의 하모니를 만들어 평화의 동북아를 만들자고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단체와 학자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을 수 있죠. 한반도의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에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6자회담이 실패하는 원인도 바로 그 교차점에 대한 갈등과 해석의 차이 때문인데, 정치가 해결해주길 기대하지 말고 시민사회가 그 나름으로 해결방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외교의 대부분은 코이카(KOICA)에서 시행하고 있죠. 그러나 코이카의 역할은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노력들이죠. 인도주의 지원이나 개발협력을 통해 현지 주민과 소통하고 공동의 목표를 세워 그걸 추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공외교의 초기단계인 셈이죠. 공공외교가 점차 확대되고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주체들이 다각도로 참여하는 ‘소통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시민들 간에, 시민사회와 정부기관들 간에 형성된 파워가 국가 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거버넌스가 성장해 가면 적은 비용으로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임 센터장의 주장을 통일문제에 포괄적으로 대입하면 바로 사회·문화적 접근을 통한 통일 준비였다.

042.jpg▲ 임을출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 센터장이 인터뷰 후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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