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육재희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진심은 통일로 통하는 문이다”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육재희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진심은 통일로 통하는 문이다”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5.08.01 09: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진심통일로 
통하는 문이다”
육재희.jpg▲ 육재희 (주)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대표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했던 남북관계에 급속한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다. 경수로 건설, 정주영 회장 소떼 방북,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진행되던 때다. 육재희 대표는 당시 ㈜현대아산의 대북협상 실무자로 사업계약체결, 사업시행은 물론 금강산관광특법과 개성공업지구특구법 제정 등을 위해 북한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담당했고, 2006년부터는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대표로 남북육로교역사업, 북한모래채취반입사업, 북한광산개발사업 등 다양한 남북경협사업들을 성사시키고 추진하였다. 지금은 정부의 5.24 조치로 5년간 손발이 묶여있는 그에게 통일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인터뷰 주인호 / 정리 김지은(자유기고가)>


전국적으로 건설붐이 한창이던 1987년. 육재희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인사와 기획, 계약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신참내기 회사원이었다. 누구나 그랬듯 통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던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가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뛰어든 것은 순전히 ‘업무차’ 시작된 일이었다. 1997년 현대건설의 신포 경수로건설사업 협상팀에 참여하게 된 그는 난생 처음 북한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며 남북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세계의 경제 중심이자 자본주의의 상징적 도시인 미국 뉴욕의 맨하탄에서 한 주를 보내고, 바로 이어서 사회주의의 상징인 평양을 거쳐 신포에 들어가면서 극과 극의 두 세계를 보게 된 것이 평범하던 그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이다.

남북의 언어 개념 사고방식 격차 뚜렷

“남북경제협력 사업은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분단 50년 동안 남북은 서로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으니까요. 단순히 이해관계와 입장의 차이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개념 자체가 다른 경우가 너무 많고 사고방식의 차이도 커서 대화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포 경수로건설사업을 위한 계약 협상과정을 떠올리며 ‘암담했었다’는 표현을썼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건설 관련 법률 용어 중에 ‘하자담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자가 있는 자재를 납품 받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하자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이 단어 자체가 너무 생소해 설명하는데 한참 애를 먹었습니다. 나중에서야 북한에서는 ‘하자담보’와 비슷한 개념으로 ‘질(質)담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문화교류 병행으로 이해의 폭 넓혀야

언어의 차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사소한 차이만으로도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업들인 만큼 정확한 단어 선택이 필수였지만 서로 사용하는 단어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같은 단어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금강산 개발 때는 합의서 초안 표지에 들어간 단어 하나 때문에 대화가 단절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계약서 초안을 받아 든 북측 관계자가 내용은 열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더라고요. 알고 보니 표지에 쓰인 ‘개발’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개발을 개방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북한이 개방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많았던 시기이다 보니 ‘개발’을 ‘공화국 땅을 다 까 발리겠다는 거냐?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불순한 세력이 개입되어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겁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신뢰가 없던 상태이다 보니 그런 사소한 용어만으로도 오해가 생기고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그랬습니다.”

단어의 개념만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사적 자치’가 폭넓게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특정 기업이 ‘독점적 사업권’을 갖는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표현이었고, 투자한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도 직접적 표현이 불가했다. 북에서는 사적 소유의 개념자체를 받아 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사업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문구 하나하나에 이견이 생기고, 같은 말을 써도 개념 정의가 다르다보니, 어떻게 협상을 끌고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차라리 영어로 협상하는 게 낳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경색되어 있는 상태였다. 북한 관계자들의 생각은 모든 부문에서 우리와 달랐다. 당시 우리가 느끼기에, 북한은 우리와 대화할 의지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진심어린 인내와 노력만이 소통의 길

사람들은 당시 금강산 관광이다, 개성공단이다 해서 남북관계에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역사적 사업들이 척척 성사되는 걸 보면서,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협상전략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로라하는 협상 전문가들이 총출동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조금씩 긍정적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오랜 인내와 노력 끝에 얻은 ‘신뢰’ 덕분이었다. 그는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희도 처음엔 그들이 왜 그러는지 몰라 답답해 하기만 했죠. 그런데 해답은 우리 안에도 있었습니다. 우리 모든 기준을 우리에게 맞추고 우리 주장만 하려고 하니 출발선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도 어려웠던 거거든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니 점점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이지 우리의 우월감을 확인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북한도 서서히 이해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8 육재희.jpg▲ 2007년 3월 20일 육재희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대표가 평양에서 모래사업합의서를 체결하고 있다
 
통일에 대한 열망과 비전의 공유가 우선

그는 故 정주영 회장의 통일 열망과 비전,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북측과 협상에서 ‘진심’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개성공단에서 성공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개성공단에 신원 에벤에셀이라는 유명한 의류업체가 있습니다. 그 기업에는 3천5백여명의 북측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기업에서 북측 종업원들이 출근 시간도 안되었는데 공장 주변 도로변에서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북측 종업원들에게 본업 외에 과외의 일을 시켜 힘들게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오해였습니다. 그들 스스로 애사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의 간부들이 지난 10년간 진심으로 북측 종업원들을 대하니 그들도 진심으로 회사를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남북경협에서도 ‘眞心’이야 말로 해결의 열쇠였다
라고 한다. 서로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대화는 협상이 아닌 진심을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서로를 북한, 남조선이라 부르는 대신 북측, 남측이라 부르기로 했다. 합의는 이처럼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교류먼저 해야 신뢰가 쌓여

“지금 우리 정부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바탕으로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등 많은 통일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어느 하나 북측과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잖습니까. 그건 대화 주체들간에 신뢰의 결여가 가장 큰 문제인 거 같습니다. 상대가 신뢰 있게 행동하면 교류하겠다? 서로를 못 믿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신뢰가 쌓이겠습니까. 교류를 먼저 해야 신뢰가 쌓이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쌓을 계기조차 없는 거거든요.”

최근 북한변화에 주목해야

그는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하는 사업 환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인 농업의 포전담당제, 기업의 자율경영책임제 등이 시행되어 농산물이나 공산품의 잉여생산분을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시장도 많이 형성되고 있고, 북한 당국이 약 25개의 경제 특구를 법으로 지정, 선포하고 해외자본의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우리가 남북경협 재개를 더 이상 늦춘다면 우리 민족이 아닌 외국 기업들이 북한 자원과 사업과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남북경제협력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남북경제가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힘있는 동력일 뿐만 아니라, 통일준비에 가장 필요한 ①남북의 경제적 격차해소, ②남북 주민들의 인식 격차해소, ③국민들의 통일의식 제고, ④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가장 유효하면서도 강력한 수단이고, 남북간 정치군사적 화해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므로 그 어떤 장애 요인이 있어도 즉각, 무조건적으로 남북경협을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쓴다면 그 어떤 협상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고, 미래 통일의 비전 실현의 날은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코리안드림타임즈 & www.kdtime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