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분단·전쟁으로 단절된 한민족의 정신을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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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분단·전쟁으로 단절된 한민족의 정신을 되찾아야”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5.09.0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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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전쟁으로 단절된 
한민족정신을 되찾아야”
임마누엘페스트라이쉬.jpg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저자 
 
미국 태생의 인문학자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권장독서로 추천한'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 이름 이만열) 교수가 전통 문화와 사상의 단절, 그 이면에서 발견한 대한민국의 비전과 가능성을 제언했다.
그의 저서에 소개된 '코리안드림'에 대해서 문현진 한글로벌피스재단 세계의장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임마누엘 교수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주인호 / 정리 김지은>



“한국문화는 배타적이고 복잡하지만 정서의 기저에는 관계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 이름 이만열) 교수에게 한국은 까면 깔수록 속에 숨겨진 매력이 빛을 발하는 양파 같은 나라다. 하지만 한국이 처음부터 매력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난 한국은 그에게 몹시 배타적이고 경계심이 많은 나라였다.
그는 예일대에서 중문학을, 동경대에서 비교문화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문명학 박사를 받은 석학이다. 이후 일리노이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조지 워싱턴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등을 거쳤다. 그런 그가 한국에 터를 잡은 지는 8년째.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한 그는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 역사와 문화에 정통한 만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를 경험해왔지만 한국처럼 민족적 자의식이 강하고 이민족에 대한 배타심과 경계심이 뚜렷한 나라는 처음이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에는 홍익인간이나 선비정신, 마을공동체 정신 같은 이타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선뜻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이었다.


서구화로 잃어버린 것 혹은 잊어버린 것

그가 한국문화에 파고들면서 특히 매력을 느끼게 된 부분은 한국 전통문화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책임감 있는 지식인’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즉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설파해온 역사 속 인물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다산 정약용과 세종대왕, 율곡 이이 등을 꼽을 수 있다. 현대의 한국인들은 한국의 민주화가 7080세대의 사회민주화 투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단절된 역사의식에서 기인한 것일 뿐, 한국인들의 민주적 자의식과 이를 향한 행보는 유구한 한국사 면면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구화된 행정시스템 못지않은 훌륭한 시스템이 갖춰진, 동양에서도 민주주의 전통이 가장 오래된 것이 바로 한국의 전통사회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간디나 링컨, 예수처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서양의 위대한 인물들 못지 않은 위인들이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나 세종대왕, 율곡 이이 같은 인물들은 특히 저에게 큰 감명을 준 분들입니다.
해외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분들의 업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13, 14세기경의 한국은 철학과 사상, 과학기술, 사회적 시스템 등 다방면에 걸쳐 가장 앞선 나라였습니다.또 한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한국의 민주화 전통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습니다.
정조대에 정약용과 그 주변 인물들이 이룩한 혁신과 책임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활동들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웠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발전’이라는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의문이 듭니다.
물론, 한국인들은 전쟁 이후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놀라울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우수한 문화, 뛰어난 시스템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이미 있어왔던 것들입니다. 한국인들은 이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족주의는 세계화의 초석

또한 가지 그에게 감명을 준 것은 한국인들 특유의 ‘가족주의’이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더라도 오빠, 언니 넓게는 어머니, 아버지라 부르는 특유의 정서는 배려의 문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후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공동의 문제로 전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빌리지화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한국의 전통적 정서는 대단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17, 18세기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시했던 것은 ‘예학’입니다. 개인과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 동네, 국가 간에도 상대를 존중하는 ‘예’의 문화가 존재했던 거죠. 헌법, 민법, 형법….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지극히 서양식 사고방식입니다. 잘 하면 칭찬받고, 잘못하면 벌을 받고, 그게 전부인 거죠. 반면 한국의 전통사상은 도덕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건전한 습관을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그는 ‘세상을 바꾸려면 자기를 바꿔야 한다’는 간디의 말을 인용했다.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면 스스로 먼저 주변사람들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습관이 몸에 배면 그 습관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연결되는 것이 한국의 사랑방 문화이다. 긴긴 겨울날, 동네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교류하던 문화는 지금의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공동체 문화와도 연결된다. 그는 이를 ‘사이버 사랑방’이라 칭했다. 사이버 사랑방에서 한국의 전통 사랑방 문화에서 보여졌던 존중의 문화, 자연스러운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다면 이는 분명 국제관계의 새로운 시스템을 발현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글로벌 경쟁력’이란 표현에도 반대했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가치관이 한국의 유구한 전통 속에서 길러진 훌륭한 가치관들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것이 그의 생각이다.

“80년대 미국에서는 사무라이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식 경영스타일이 대유행을 했습니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한국에도 홍익인간이나 선비정신 같은, 본받을만한 기업가 정신이 있다는 걸 잘 모르더라고요. 한국인들은 한국 정치는 더럽고, 사회 시스템은 선진국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한국은 대단한 산업통상국가이며 지방자치제 또한 훌륭히 잘 이뤄낸 나라입니다. 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행정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죠. 문제는 한국인들 스스로 한국의 우수성을 잘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은 통일을 위한 필수 과정

자랑스럽게 여기고 알려나가야 마땅할 한국의 전통문화와 사상이 서양문화에 떠밀리듯 잠식되어 버린 것은 일제 강점기 식민지배와 전쟁, 분단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영향이 가장 크다. 남과 북이 갈라지고 서로 다른 이념적 가치와 지향점을 가지게 된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통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단절된 역사와 전통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잃어버린 공동체적 가치를 되찾는 통일의 과정과 오롯이 일치한다.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을 가진 두 나라가 찾아야 할 통일국가의 모델 또한 선진국이 아닌 민본주의적 통치철학을 갖고 있던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십 년 사이에 달라진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거부감 또한 이를 통해서 서서히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험만으로 능력을 평가할 수 없듯 경쟁만으로 통일한 국의 미래 비전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홍익인간, 선비정신, 마을공동체 문화 등 새로운 사회, 새로운 문명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충분한 공통의 기반이 존재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유입되고, 전 세계인들이 어우러져 다민족 국가화되어 가는 것 또한 한국 전통의 존중과 배려, 이타적 사상과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한류의 시작, 한국은 기회의 나라다.

9 한국인만모르는다른대한민국.jpg▲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음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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