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북한돋보기] “그곳엔 신의 손길도 미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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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돋보기] “그곳엔 신의 손길도 미치지 않는가”

칼럼
기사입력 2015.12.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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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은.jpg허경은 편집부장
북한에 10개월 째 억류돼있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국가전복음모죄’로 지난 12월 16일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을 선고 받았다. 임 목사가 지난 20년 간 북한을 드나들며 탁아소와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활동을 벌여온 사실은 전혀 참고하지 않은 가혹한 판결이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는 임 목사가 2013년 미주 기도성회에서 설교했던 내용 중 북한 비난발언이 담긴 영상을 이번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캐나다 정부는 즉각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고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도 유감을 표명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비난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벌여온 인사에 대해 과거 캐나다에서 했던 발언을 근거로 억류한 것 자체를 납득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필 크리스마스를 눈앞에 둔 때에 목회자에 대한 판결결과를 세상에 공표했다는 점에서 북한정권의 종교탄압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경지대의 종교탄압

두만강 인근 지역 국경경비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북한 보위부 출신 전준석(가명)씨는 “국경지대에서 가장 먼저 탄압받는 것이 인간보다 종교”라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밀수품을 들이거나 심지어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도 풀어준 적은 있지만, 그 어떤 뇌물로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짐 속에서 성격책이 발견되었을 때라고 했다. 북한이 이토록 종교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경책의 반입조차도 강력하게 차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탈북자들 중 기독교 신자였거나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경책을 접해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배경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성경 내용이 주체사상과 닮았다?”

김일성은 원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세례까지 받았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과 어머니 강반석(베드로)은 모두 중국을 오가며 전도활동을 했고, 그의 친인척들도 대부분 목사이거나 장로였다. 한국 기독교의 주류가 평양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 신자였던 김일성이 사회주의 혁명을 표방한 유일체제의 독재국가를 세우면서 자신을 신격화할 수단을 성경에서 찾은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북한 주민들이 생활의 기준으로 삼는 ‘노동당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이 특히 그렇다. 성경에서 말하는 십계명에 살을 붙여 김일성 신격화의 도구로 삼았다고 분석되고 있다. 국경지대에서 발견되는 성경책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리거나 찢어서 강물에 던져버리기도 했다는 전 씨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씨는 한 순간 발동한 호기심으로 성경책을 읽어 보았는데 그 결과 당에서 왜 그토록 가혹하게 종교탄압을 하고 성경책 소지여부를 검색하는 보안원들까지도 읽어보지 못하게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김일성은 북한 땅에 종교가 뿌리내릴 것을 걱정한 게 아니라 성경의 내용으로 인해 주체사상의 기만성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인권·구호활동가들의 진정한 사랑과 희생정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신이 보낸 사람>(감독: 김진무, 2014)은 주인공 철호(김인권)가 지하교회 활동을 하던 가족과 주민들을 데리고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혀 총살을 당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지하 교인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보다는 정치적 억압체제에서 종교와 인권이 어떻게 탄압 받고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전씨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평양의 교회에 잠입하는 사건은 북한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허구적 설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지하 교회의 존재 그리고 검거, 폭행, 총살 등의 장면들은 실제와 거의 흡사하고, 오히려 현실에서 자행되는 탄압은 더 잔혹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평양에 실제로 존재하는 봉수, 칠골 교회 등은 대외선전용에 불과하다는 게 전씨를 비롯한 탈출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1906)은 크리스마스 선물에 얽힌, 가난한 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이다.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칼을 잘라 팔아 남편의 시계에 어울릴 시계줄을 사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긴 머리카락에 어울릴 머리핀을 산다. 서로에게 내민 선물이 결국 쓰일 데가 없게 돼 버렸지만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바꿔 마련한 부부의 마음이 눈물겹게 느껴지던 소설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뜻에서 유례된 크리스마스는 이제 특정종교만의 경축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는 날로써 그 의미가 보편화되었다. 남한 사회에서 누리는 자유와 생활편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민주화와 2500만 주민의 인권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인권·구호활동가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랑과 희생을 앞장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헌신이 머지 않은 훗날에는 분단의 벽을 넘어 억압받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러오는 선물로 안겨지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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