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통일은 필연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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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통일은 필연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5.10.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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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필연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인요한3.jpg▲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연세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파란 눈의 의사 인요한(John Linton)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직도 맡고 있다. 전라도 순천에서 태어나 온돌방 문화를 경험하며 자랐고, 북한결핵퇴치사업을 위해 29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5대째 한국에 살면서 격변의 한국 역사를 지켜봐 온 인 총재는 그 격변의 마지막은 통일 한국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소임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이 바라보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통일 한국의 모습은 어떤지 들어보았다. 

<인터뷰·정리 허경은>


인요한 총재는 가족의 역사를 빼놓고는 한국과의 인연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의 진증외조부가 100년 전에 한국에 선교사로 들어와 설립한 유진 벨 재단을 그의 형이 이어 받았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북한에 식량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3.1운동 보고특사로 한국에 머무르며 한국의 3.1운동이 비폭력 평화 시위임을 세계에 알렸고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등 항일 운동에 동참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호암상을 수상, 부상으로 받은 5천만원 전액을 북한 구급차 지원금으로 기증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에 참전하여 당시 맥아더장군과 함께 인천 상륙작전에 투입되었고, 그의 외삼촌은 장진호전투(흥남부두 철수)에 참전, 이후 부산의 국제시장에 주둔하며 한국의 후방을 지켰다.
인요한 총재는 8.15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통역을 했다. 한국형 엠블런스를 최초로 개발하고 북한결핵퇴치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 국민훈장 목령장을 수여받기도 하였다.
2012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인요한은 가문 대대로 한국과 운명을 함께 하며 살아왔다. 그는 통일 한국이 머지 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 자신 있게 전망하며 통일 후에 여러 분야에서 빚어질 수도 있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우리 모두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에 고아가 많다는 사실 이면의 아름다운 희생

그가 북한에 처음 들어간 건 97년도였다. 압록강을 건너 신의주에 도착하니 어린 아이들이 모여 서서 드럼통에 불을 질러 놓고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익숙한 언어, 낯설지 않은 얼굴과 들판의 풍경들, ‘까르르’ 웃을 땐 영락없이 순수한 어린 아이들의 모습. 그가 북한 땅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기에 또 하나의 코리아가 있구나” 였다.

“당시엔 형님이 만든 유진벨재단을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결핵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발길이 계속 이어져 벌써 스물 아홉 번이나 북한을 드나들었네요.”
그는 가장 최근에 북한 땅을 밟은 것이 작년 5월 말이었고, 계획대로라면 다음달에 서른 번째 방문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곳엔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참 많습니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이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보통 나라가 기근에 허덕일 때 가장 먼저 희생을 당하는 것은 아이들이죠. 그런데 북한엔 아이들이 가장 오래 버팁니다. 왜인 줄 아세요? 어른들이 배급을 스스로 포기하고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기아로 고통받는 나라가 전 세계에 많지만 어른부터 죽어가는 특이한 현상이 북
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내리사랑과 희생정신은 제가 봐온 한국인들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문제를 사랑하면 기회가 와

“북한엔 문제가 많죠. 그러나 그것을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배경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저의 철학은 세브란스 병원의 철학과도 같은데, 바로 ‘문제를 사랑하라’입니다. 문제를 사랑하면 기회가 옵니다.” 
그는 한국이 반성해야 할 점 중 하나가, 문제를 골칫덩이로 여기고 방치하거나 배척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이 실패한 정책 중 하나가 조선족 정책입니다. 조선족이란 단어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름이 만들어낸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중국 동포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맞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15년간 알고 지내온 중국 동포가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은 북한 사리원시에 친척들이 있죠. 그런데 그가 얼마 전 한국 영주권을 갖게 된 이후로 애국심이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그의 한국 예찬은 북에 있는 친척들 귀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연변 지역의 중국 동포 다수가 북한에 친인척을 두고 있는데, 한국에서 차별 받고 사랑 받지 못한 채 고향(연변지역)으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의 고달팠던 삶은 ‘자본주의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탈북자나 연변지역 중국 동포들을 포용하여 ‘조국은 확실히 서울이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통일을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이 아니라 남북인권이라 해야

북한에 남은 건 자존심밖에 없다고 말하는 인 총재는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외면하면 문제가 더 악화되기 때문에 자존심을 긁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인권, 아주 문제가 많죠. 하지만 자꾸 그들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해버리면 더 반발심이 생깁니다. 북한인권이 아니라 ‘남북인권’이란 말로 바꿔서 말하는 건 어떨까요? 한국에도 인권 문제가 존재합니다. 음지로 몰리거나 소외된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니까요. 말부터 통일을 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은 곧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인식시킵니다.”

북한의 변화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 후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통일은 섬이 반도가 되는 과정

남북을 통틀어 흔히 ‘한반도’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섬’과 다를 바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섬이 반도가 되어가는 과정을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인 총재는, 훗날 진정한 한반도가 완성이 되면 이 땅은 진실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 말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중증 우울증에 걸려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죠. 중국도 상황이 아주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나마 인구가 많아 나은 편입니다. 한국이 앞으로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인구가 적어도 1억은 돼야 하는데 한국은 해외 동포를 다 끌어 모아도 1억이 못되죠. 그러나 통일이 된다면 상황은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지만, 국가 발전의 기본 척도라 할 수 있는 인구 비율을 통일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인 총장은 말했다. 또한 완벽한 반도를 이루게 되면서 지리적으로도 평화와 안정을 찾게 되고 나아가 유럽대륙과의 교류나 진출이 가속될 것이라 자신했다.

“대한민국은 고급인력이 포화 상태입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의 수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수한 인력을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죠. 어디로든 진출을 해야 합니다. 그 발판이 되어줄 길은 바로 통일이죠.”

미래 통일세대에게 필요한 덕목:
지식과 지혜 뿐 아니라 도덕을 배워야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통일에 무관심하고 경제적 이득 여부로만 사고하기 때문에 통일 비전을 공유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인 총재는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잘못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자식 교육을 잘못한 겁니다. 흔히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부모를 욕하잖아요.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라고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
요가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제적 성공과 자립을 최고로 알며 자라게 한 건 우리 세대입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갑자기 이념과 사상을 들이밀며 통일의 가치를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세대간 갈등만 더 키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북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처럼 젊은 세대들의 입장도 되어 봐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한국의 온돌방 문화를 이야기했다. 어른들과 온돌방에 모여 살며 배웠던 지식, 지혜, 그리고 도덕을 젊은 세대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난방이 한국을 망쳤죠. 다 각자의 방에 들어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세대간 갈등을 더 키운 것이죠. 온돌방 문화는 반대입니다. 온돌방에 모여 앉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같은 생각, 같은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른들로부터 지식을 얻고 지혜를 익혔으며 가장 중요한 도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세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지, 왜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지, 왜 세계 평화가 중요한지 설득할 필요가 없죠. 그들 스스로 깨닫게 될 테니까요.”

나라는 작지만 그들은 코리안

그런 점에서, 인 총재 본인도 세대갈등을 해소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통일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으며 어쩌면 사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의 독립과정을 지켜봤고, 아버지는 한국의 분단을 지켜봤으며, 인 총재 자신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지켜봤다.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게, 한국은 짧은 시간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엄중한 격변을 겪어왔고, 그 과정의 마지막은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인 총재의 생각이다.

“저는 한국과 한국인으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 선물에 보답하며 살아갈 뿐이지만, 진심으로 통일 한국을 기원하며 완벽한 한반도로 재탄생 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대간 중심에서, 남북간 사이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 중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고 싶습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서, 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힘을 믿습니다. 한국인이 가진 잠재력을 스스로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그는 한국을 묻는 외국인이 있으면 이 한마디를 꼭 남긴다고 했다. 

“나라가 작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들은 코리안입니다(They are KOREAN).” 
이미 그의 마음 속에 하나뿐인 한국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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