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서영수 영화감독] “우리 스스로 운명의 주연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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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영화감독] “우리 스스로 운명의 주연이 되어야 한다”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6.04.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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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3.jpg▲ 서영수 영화감독 / (사)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
 
“레디, 액션!” 듣기만 해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이 말 소리처럼 인생을 쉼 없이 힘차게 달려온 사람이 있다. 바로 서영수 영화감독이다. 
대중예술분야가 '저급연예'로 취급되던 70~80년대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기 어려워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였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었다. 연극영화과 강의실에 몰래 들어가 관련 전공과목을 도강(盜講)하기도 했다. 급기야 영화를 제작, 연출해 ‘최연소 감독’이란 타이틀까지 따냈다. 
한국 영화사에서 최고의 예술파 감독으로 꼽히는 유현목 감독(당시 동국대학교 영화과 교수)의 연출부로 들어갔는데, 유 감독은 서 감독이 졸업한 후에야 그가 영화과 학생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서 감독은 영화뿐 아니라 차(茶)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중국의 보이차 원산지를 찾아 다니며 현장에서 직접 차 문화를 습득했다. 
중국의 차 전문가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때론 중국인들을 놀래킨다는 서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도 확실한 ‘주연’이었다.

<인터뷰 주인호 / 정리 허경은>



대학 시절 제작한 단편들 외에 그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내놓은 데뷔작은 <나도 몰래 어느새>(1984)라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그에게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스물 여섯이었다. 이 작품은 그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영화의 소재가 바로 북에서 내려온 간첩의 사연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은 지금과는 달리 ‘북한’, ‘간첩’이란 용어를 함부로 내뱉지 못할 때였다. 그럼에도 첫 작품을 ‘한반도 분단’을 주제로 삼았던 이유는, 그것이 한국에서 태어나 메가폰을 잡는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어 <장미여관>(1990), <사랑전쟁>(1992), <서울 엠마뉴엘>(1992) 등도 제작했다. TV방송제작에도 뛰어들었는데 KBS <맛자랑 멋자랑>, MBC<노래는 나의 인생> 등을 비롯하여 200여 편의 드라마, 다큐, 교양물 등을 연출했다. 

보이차(茶)의 세계에 빠져들면서는 중국 CCTV에서 방영한 <舌尖上的中国(혀끝 위의 중국)>, <天賜普洱(하늘이 내린 보이차)>에 출연하기도 했고, 현재는 국내의 창업카페 등에서 차(茶)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영화와 차, 두 분야는 다른 듯 하지만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했다. 공통점은 ‘시(詩)’라는 것이다. 음율이 있고 메시지를 함축하며 문화가 담겨있는 것. 

서 감독의 철학이 느껴지는 '해석'이다.

웃음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스파이 영화는 잘 되는데 간첩 영화는 잘 안되죠. 뭐가 다르죠? 하나는 영어고 하나는 한국어일 뿐인데…”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표현이지만 거기에는 숨은 뜻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007시리즈 영화에는 사람들이 돈을 쓰지만, 남북한의 간첩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들 스스로 정치적 잣대로 영화를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어차피 정치인들은 정권유지나 집권을 위해 프로퍼겐다(Propaganda: 선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야간, 남북간 상호 프로퍼겐다에 집중하지 말고 본질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이데올로기는 죽은단어입니다. 이데올로기 전에 민족이 먼저 존재하는 것이죠.”

한국의 감독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마에 ‘한반도’를 찍고 나오는 거라면서 자신은 데뷔 전부터 이미 머릿속에 ‘한반도 문제를 꼭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당연히 다르죠. 언어도, 문화도 많이 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하나의 정서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전 그걸 ‘웃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유명한 코미디 작품들은 그다지 웃기지 않습니다.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죠. 남북한의 공통된 정서, 바로 웃음을 통해 우리가 하나라는 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웃기지만 슬픈 현실이기에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로 제 첫 영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남북한 사람들이 보고 너나 없이 모두 웃는 영화에 무슨 이데올로기가 있겠습니까?”

영화는 사회운동, 감독은 사회운동가

서 감독은 고 유현목 감독(1925-2009. 오발탄, 잉여인간, 순교자, 카인의 후예 등을 연출), 고 이만희 감독(1931-1975. 주마등, 돌아오지 않는 해병, 만추, 삼포가는 길 등을 연출)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메시지’이며 ‘감독은 돈과 힘(정부 등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는 매우 파워풀합니다. 그저 웃으며 극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것. 그게 바로 영화가 가진 힘이죠.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하나의 사회운동인 것입니다. 감독은 결국 사회 운동가인 셈이죠.”

서 감독은 영화의 힘을 설명하며 유머러스한 비유도 덧붙였다.

“지구를 지키는 건 미국입니다. 슈퍼맨, 베트맨, 어벤져스까지. 정확히는 마블사가 전 세계를 지키고 있네요. 미국이 오래 전부터 영화산업에 거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영화의 힘, 다시 말해 문화가 가진 힘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는 감독의 철학과 메시지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서 감독은 강조했다. 아름다운 영상미, 구도, 연기자의 연기, 이런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했다. ‘Meaning(의미)’이 빠진 영화는 그저 ‘Fun(재미)’일 뿐이라고…

영화는 운율과 메시지가 있는 한 편의 시(詩)

흔히 사람들은 영화를 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은 누구이고, 어떠한 갈등이 존재하며, 복선을 거쳐 결론으로 가는 한 편의 긴 스토리. 그러나 서 감독은 ‘영화는 소설이 아닌 시(詩)’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시의 운율이 있습니다. 음악처럼 한 곡을 뚫고 흘러가는 리듬이 있죠. 감독이 영화를 제작할 때 시 한 편의 운율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없다면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서감독이 영화를 시로 비유하는 이유는, 운율적 흐름과 함축된 메시지에서 두 예술 장르는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시인은 시에 의해서만 조명 받는다. 시인의 철학이 곧 시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도 마찬가지다. 서 감독은 영화도 ‘감독’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최고로 조명을 받고, 받아야 하는 것은 감독입니다. 감독이 작품완성까지 전과정을 책임지고 통솔해야 하며, 그의 철학을 온전히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배우의 유명세를 업고 천만 관객을 얻었다? 그건 감독으로서는 의미 없는 일입니다. 감독의 예술은 ‘영화’로, 연기자의 예술은 ‘연기’로 나오는 분리된 영역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차(茶)에 담긴 문화의 힘 깨달아

영혼을 쏟아 작품을 만들던 그가 왜 갑자기 차(茶)에 빠지게 되었을까?

“홍금보 등 유명한 홍콩 배우들이 한국과 합작영화를 하기 시작한 게 1970년입니다. 그들이 촬영 중 습관처럼 마시던 게 보이차였죠. 그때 한두 잔 얻어 마셔보긴 했지만 이내 잊어버렸고, 본격적으로 보이차를 접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 무렵부터입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중국, 러시아, 루마니아, 베트남과 수교하는 등 북방외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북방외교 홍보영상 제작을 맡게 되면서 중국을 자주 드나들게 된 서 감독은 그 때부터 보이차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다.

“수백 편 방송제작을 하다보니 조금 지쳐있기도 했고, 차를 통해서도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 감독은 그렇게 보이차 산지를 돌아다니며 차 문화, 산업, 유통 과정 등을 알게 됐다. 현장에서 얻은 지식은 책상에서 연구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중국 CCTV에서 음식, 차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할 때 섭외가 들어올 정도였으니까요.”
서 감독에게 차는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지난 2013년 시진핑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100년간 중국을 먹여 살릴 일이 여기에 달렸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옛날에 이 길 위를 차(茶)가 지나다녔다. 차(茶)가 지나가던 그 실크로드를 다시 복원하겠다.’”

서 감독은 아편전쟁, 보스턴 티파티 사건 등은 모두 차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임을 상기시키며 차는 단순히 음료가 아닌 문화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인생은 액션! 운명의 주연이 되어라

영화학도도 차(茶)전문가도 아니던 그가 감독이 되고 차 강의를 하게 된 데에는 그 스스로 운명을 결정짓고 자신을 향해 “액션”을 외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운명의 주연이 되어야 합니다. 왜 조연으로 살려고 하십니까? 통일 문제만 놓고 보아도 우리는 서로 주연이 아닌 조연의 위치에 서 있으려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액션’이고, 그 다음부턴 ‘주연’이 되어 열정을 쏟을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서 감독의 말대로 이제 우리는 아직 미완성인 통일이라는 영화에서도 주연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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