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문화포럼이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2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문제와 국제연대’를 주제로 열린 금번 세미나에는 5년간 공석이었다가 작년 7월 임명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이신화 대사는 “인권문제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라며 “북한이 예민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인권문제를 중점으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류 보편적인 인권 문제를 국내에서는 정치화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 차이가 크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차이도 크고 이것이 국민 여론과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인권 문제가 ‘탈정치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사는 북한인권문제 접근법으로 ▲북한인권문제 기록으로 북한 정권의 책임 규명 ▲국제사회 관심과 연대 촉구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만성적 피로감 극복할 것 ▲책임규명과 더불어 투명하고 효과적인 개선책 도입 ▲대북정책에서 인권문제를 주류로 삼을 것 ▲탈정치화 및 언론의 관심 촉구까지 크게 5가지를 제안했다.
특히 국내 언론이 북한 인권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공영방송 등에서 김정은의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잘사는 평양의 모습 등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굶어 죽어가는 북한주민들의 어려운 이야기, 정치범 수용소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더 보여줘야 한다. 북한인권문제가 미디어를 통해 국내외로 더 주목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작지만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고철종 SBS 논설실장은 북한 문제에 무관심한 일반 국민 정서를 대변하면서 북한인권문제를 어떻게 우리사회 주요 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발언했다.
고 논설실장은 ▲북한인권문제 자체의 소구력 부족 ▲핵 겁박 속에서 심리적 괴리감 ▲미디어 의제 설정 기능의 실종을 주요 원인으로 봤다. 그는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당위는 국민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권문제를 선진국의 척도’라는 개념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6위 정도의 국력을 가진 선진국인데, 선진국의 요건 중에서 인권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약한 게 대한민국이다. 인권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관심을 작위적이더라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보편적 가치보다 우선하는 ‘동포’의 측면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언론인으로서 오늘날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 실종'을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고 실장은 “언론이 많아지면서 구조적으로 한국의 많은 미디어들이 생존경쟁에 휘말리게 됐다. 그러다보니 의제설정에 대한 책무가 뒤처졌고 북한 인권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언론미디어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인권문제를 더 다루게 되면,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북한인권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인권 문제를 전하되, 팬덤이 두터운 유명인과 SNS, 탈북민 등 개인의 스토리를 통하는 등 홍보전략을 정밀,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원은 일본 납북자 문제의 역사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초지일관 납북 피해자 구출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굉장히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한국도 북한인권문제를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문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언론문화포럼은 금번으로 정책세미나 19회차를 맞이했다. 세미나를 기획한 최노석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은 “이신화 대사가 5년 만에 북한인권대사로 임명됐고, 미국에서도 지난 1월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했다. 이는 북한 인권이 앞으로 전 세계의 화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언론의 관심이 부재한 지금, 언론문화포럼이 적극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