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정치권과 언론의 팬덤정치 동원이 혐오언어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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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언론의 팬덤정치 동원이 혐오언어의 근원”

한국언론문화포럼 제17차 정책세미나 개최
기사입력 2022.07.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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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양아들이란 신조어가 최근 온라인 세상에서 화두가 됐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세대 여성과 남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개혁의 딸’ ‘양심의 아들이란 뜻풀이로 포장하고 있지만 저속한 어감 때문에 점차 조롱의 뉘앙스로 바뀌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대깨문이 있었다.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란 뜻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나중엔 무지성 극성 문재인 지지자로 폄하하는 의미가 됐다.

 

이런 단어들은 과격하긴 해도 애초에 증오와 혐오의 뜻은 아니었다. 요즘 횡행하는 특정 정치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또다른 혐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을 극렬 반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선 윤 대통령을 윤항문(항문침 전문가 수행 논란을 빗댐), (‘을 거꾸로 뒤집어서 조롱), 윤두창(윤석열+원숭이 두창)이라 부른다. 김건희 여사에겐 확인되지 않은 과거 행적 루머를 기정사실화 하며 쥴리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반대편 커뮤니티에선 문재앙(문재인+재앙), 돼정숙(돼지+김정숙), 이죄명(이재명의 전과 4범 전력을 비꼼)이 일상 용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의 줄임말로 총선 3회 낙선을 조롱)이라 하고, 민주당 반이재명계 의원들은 수박(겉은 파란 민주당, 속은 빨간 국민의힘)이라 조롱당한다. 지지하는 정치세력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특정 직업군을 비하하는 일도 흔하다. 검새(검사), 견찰(경찰), 기레기(기자)란 표현들은 입에 붙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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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팬덤정치가 혐오사회 조장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기분에 더 큰 흠집을 낼 수 있을지 경쟁하듯 서로 저급한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소셜이노베이션 융합전공 교수는 이에 대해 기형적 팬덤정치가 혐오사회를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치권의 혐오언어 금지 노력과 언론의 대응’ 세미나에서다.

 

한국언론문화포럼이 주최한 이 세미나는 범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비속어들을 언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언론계의 관점에서 정리해 본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기획이었다최노석 포럼 회장은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비속어를 언론이 여과 없이 인용해 사회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세미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서 교수는 기존 연예인에 대한 팬덤 현상이 정치권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점을 혐오언어 만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그에 따르면 BTS로 대표되는 K-팝의 대성공이 온라인을 통한 팬덤의 신속한 동원진보적 가치 및 소비자 행동주의를 가져왔고 부가적으로 다른 팬덤과의 적대적 경쟁게임화(gamification), 기부문화 등을 낳았다.

 

또 미국 흑인 차별에 대한 BTS의 발언 등은 대중예술과 정치가 결부되는 양상을 보여줬고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등은 대선에서 팬덤을 이용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펴나갔다한국의 경우 노사모와 박사모가 팬덤 정치의 태동으로 볼 수 있다이런 팬덤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을 계기로 지지 정치인에 대한 절대화·신화화반대파에 대한 극단적 혐오와 증오를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혐오 자제 정치적 협약인권영향평가 필요

이준석은 젊은 층의 젠더 갈등을 파고들어 소위 이대남삼대남의 지지를 이끌어냈고이재명은 그 반대급부를 이용해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자신의 팬덤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이는 결과적으로 상대 젠더에 대한 혐오의 극단화를 부채질했다한남충개저씨메갈년꼴페미 같은 혐오 표현이 유행했다세대 간 정치 갈등도 심화되면서 틀딱잼민유충 같은 단어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고 서 교수는 분석했다.

 

서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는 대부분 선진 민주국가가 당면한 사회적 위기라면서도 한국의 남녀 갈등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저출산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청년 세대를 단지 팬덤정치에 동원하기만 한다면 청년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낳아 결과적으로 청년이 정치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혐오사회 심화를 막을 대안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비난과 낙인찍기를 자제하겠다는 정치권의 정치적 협약을 제안했다또 청년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정치 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과거 국민청원게시판과 유사한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언론에 대해서는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 언론이 혐오 확산과 기형적 팬덤정치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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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이중근 경한신문 논설주간, 김세원 가톨릭대 영문학과 교수


정치와 언론 상호작용이 혐오 조장

주제발표에 나선 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주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은 정치권의 혐오적 막말이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했다. 1998년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고 말했던 일, 2013년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와 귀태의 후손이라고 한 사례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최근 들어서 언어가 더욱 공격적이고 지난 대선 때 가장 극심했다고 평했다.

 

이 주간은 그 원인에 대해 정치인과 언론의 상호작용이라 분석했다. 정치인들은 아침 방송 등에서 튀는 발언으로 주목받고 지지자들의 팬덤을 강화하기 위해 점점 강도 높은 언어를 구사한다. 언론은 이를 거르지 않고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거의 그대로 보도한다. 진영 논리에 포획되고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혐오언어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들이 제재의 사각지대 안에서 혐오 표현을 증폭시키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주간은 정치권과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2019년 보수당의 5·18 폄훼 발언 등 정치인의 혐오적 발언에 대해선 말로만이 아닌 엄격한 처벌을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계는 신문윤리위원회 등을 가동해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 언어 사용에 제동을 걸고 언론계 전체가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혐오언어 확대 재생산 선거 패배로 귀결

함께 주제발표에 나선 김세원 가톨릭대 영문학과 교수(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는 자기 편엔 개혁, 양심, 희망 같은 좋은 뜻을 갖다 붙이고 상대는 배신자로 몰아붙이거나 비하한다며 개딸이란 용어에 대해 단어를 속되거나 저급하게 만드는 접두어 를 붙여 조폭적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언어 경쟁 속에서 튀고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이런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노사모, 박사모, 문팬 등을 거론하며 인지도와 지지율에 목을 매는 정치판에서 팬덤의 등장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팬심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배타적이고 저급한 신조어를 정치인들이 가져다 쓰고 일부 언론이 여과 없이 퍼나르면서 정치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언어는 쓰는 사람과 집단의 의식과 수준을 대변한다며 혐오언어의 확대 재생산이 유권자들의 불신을 초래해 선거 패배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법 통한 규제보다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세미나에 참석한 전현직 언론인들은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서상문 환동해미래연구원장은 반대 세력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과거에도,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일비재한 현상이었다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언론의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또 법으로 언론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다며 교육적 해법, 특히 자존감 없애는 교육을 근절해야 하고 철학적 논의가 활성화되는 교육을 강조했다.

 

전근휘 코리안드림기자는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극단적 표현이 느는 것 같다고 봤다. 또 혐오 표현의 큰 틀은 세대갈등이고 젊은 남녀가 연대해 기득권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대남, 이대녀로 갈라지고 정치권은 이를 선거 도구로 이용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의표 전 KBS 부산총국장은 팬덤정치는 주체가 젊은이들이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건 오히려 기성세대와 노년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급진적으로 변화할 때 기성세대·노년층은 그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그들에 대한 참여를 언론이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로 한국언론문화포럼은 2013년 창립 이후 총 17회 세미나를 가졌다. 올해엔 3정권 교체와 대한민국의 선택,’ 4한반도 정세와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의 추진 방안에 이어 세 번째였다.

 

- 글/ 이충형 코리안드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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