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뿐 아니라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공화당 소속의 미 연방 하원의원 영 김(캘리포니아 39지구)의 말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영 김 의원은 최근 연이어 북한 인권 문제에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난 영 김은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엔젤레스(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금융계에서 일하다 의류 관련 중소기업의 사업가가 됐다.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던 그에게 정치를 권유한 건 남편 찰스다. 선거컨설턴트이자 한미연합회 전국회장을 지낸 남편을 통해 정계에 입문해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의 아시아 정책보좌관으로 20여 년 간 일했다. 이후 2014년, 한인 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의원에 당선됐다. 2016년까지 주 의원을 지낸 영김은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 제39지구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워싱턴에 입성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주하원의원 연임에 실패했고, 2년 뒤 2018년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당선이 유력했지만 우편 투표가 개표되면서 4천 표 차이로 역전당했다. 하지만 2020년은 달랐다. 과반수 넘는 득표수로 과거 역전당한 상대 후보를 꺾는데 성공했다.
한인 연방하원으로서, 영 김의 대북관은 ‘인권’에 중점을 둔다.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우선해야 함을 강조한 이유다. 이러한 메시지는 지난 2월 25일 화상으로 참석한 ‘원코리아 국제포럼’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북한 주민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김정은 체제의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미국 국무부가 북한 인권 특사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 11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유튜브로 중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 외교 정책 우선순위' 청문회에서 2017년 이후 북한 인권 특사직이 공석인 점을 꼬집었다. 그는 “북한인권특사 자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한국과의 조율에 중요하다”면서 이는 “미 외교와 세계적인 우리의 리더십 강화, 그리고 국익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미 이산가족 상봉 적극 추진하는 대북정책 필요해
인권에 대한 김 의원의 문제의식은 재미 이산가족 문제로도 확대된다. 그는 앞서 청문회에서 “한국계 미국인 수백 명이 아직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만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 인권특사는 엄청나고 긴급히 필요하다”며 한-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나 또한 강하게 인식하는 문제“라며 동의를 표했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최근 한국계 의원들 사이에서 화두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미셸 스틸 박(캘리포니아 48지구) 하원의원은 ‘원코리아 국제포럼’에 참석해 김 의원과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우리 부모는 북한 출신으로 살아계실 때 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며 “재미교포들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은 그동안 논의에서 제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김·박 의원은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한편, 한국계 의원들은 한미 양국의 이익을 고려한 메시지를 던지는 편이다. 김 의원이 ‘한미일 공조’를 언급한 것은 그러한 맥락 속에 있다. 그는 앞선 하원 위원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우리에겐 두 동맹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핵심 정보 공유를 위해서라도 미국의 강력한 동맹인 한국, 일본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왜곡한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공개 규탄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강력히 피력하는 만큼, 위안부 등 인권 문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그는 트위터에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며 램지어 교수의 사과를 요청했다. 또 "우리는 인신매매와 노예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 이들의 인격을 손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