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원 코리아 리더’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전문가 4인의 제언을 모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원 코리아’ 실현을 위한 방안과 노력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인간 존엄성과 자유·평등 실현을 위한 통일”
“사회 변혁 위해 시민의 정치참여 중요”
내가 소속된 영국 자유민주당의 이념은 자유주의와 친유럽주의에 바탕을 두고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 및 평등성을 존중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도 탈북민들의 의원이 탄생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점에서 누구든 인종·언어·출신지역·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탈북민들의 정계 진출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그만큼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북민들의 경험과 지식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 통일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들의 능력을 어떻게 녹여내어 통일을 앞당기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것인가는 또 다른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영국 뉴몰든은 미리 보는 통일촌”
북한 동포들이 영국으로 오기 시작한 것은 약 15년 전쯤부터이다. 가장 많을 때는 1,200명 정도 있었고 현재는 700명 정도의 북한 동포가 영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 90%가 뉴몰든에 거주하고 있다. 뉴몰든에는 이미 한국 동포들이 40년 전부터 식당, 슈퍼, 미용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운영하며 밀집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북한 동포들이 이 곳으로 오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같기 때문에 편안함과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인 것이다. 뉴몰든에는 재영한인회와 탈북민협의회가 각각 결성돼있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왔어도 적대적인 관계는 아니다. 분단된 세월속에서 겪은 문화적 이질감이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고향을 떠나온 ‘디아스포라’라는 동질감이 있어서인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행사가 있을때 협력하거나 서로를 초대하며 어울리고 있다. 남북한 동포들이 교류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이 뉴몰든 지역은 통일된 한국의 미래상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시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통일로 진정한 자주독립 이뤄야”
우리 민족 모두가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100년 전 선조들이 외쳤던 자주 정신과 독립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란 말이 있다. 뒷 물결이 앞 물을 밀어내며 흘러가듯이 새 사람이 옛 사람의 자리를 교체하며 시대가 흘러간다는 뜻이다. 지금은 우리가 시대의 주역인 것 같아도, 곧 미래세대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통일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정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우리 세대에 통일 실현이 더디게 이뤄진다 해도 미래 세대가 그 위에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 믿는다.
▣ 하재성 영국 킹스톤시(자유민주당) 의원: 지난 2018년 영국 킹스톤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하재성 의원(자유민주당)은 정계진출 전까지 재영한인회 회장을 역임하며 탈북민을 포함한 한인 사회 결집을 위해 노력해왔다. 당시 두 명의 한인이 동시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는데, 재영 한인 60년 역사상 최초로 선출된 한인 정치인이란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남겼다. 하 의원의 지역구이자 유럽 최대의 한인 밀집지역인 킹스톤시의 뉴몰든(New Malden)에는 재영한인회와 탈북민협의회가 각각 결성돼있다.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영국본부는 지난 2018년 뉴몰든에서 창립되었으며 하 의원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전 인류의 공동체 철학에 기여할 코리안드림”
통일국가 비전 합의 긴요
한국은 그동안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이어왔지 ‘어떤 통일국가’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원칙 설정과 공감대 형성에는 부족했다. 개인의 노력이 최대한 발휘되고 모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그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통일 국가를 이뤄야 한다. 통일 이후를 생각할 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올바르게 구현되고 경찰 임무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남·북한 경찰통합의 기능·조직 정비, 인력관리 방안 등 새로운 치안과 안보 환경에 부응하는 통일경찰인력 통합의 법제화 방안준비도 시급하다.
“홍익인간 사상은 전 인류의 철학”
통일천사를 주도적으로 조직화하고 비전을 제시하신 문현진 박사의 저서 ‘코리안드림’을 감명 깊게 읽었다. 우리 역사의 출발에서부터 이어온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 민족의 삶에 투영되어 이상적 정치 체제와 민족 공동체 건설을 위한 근본 바탕이 되었고 인류 보편적 원칙과도 공명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가란 물음에 대해 세계적 포용성과 인류 보편성을 지닌 홍익인간 정신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문 박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코리안드림은 한반도 통일 비전일뿐 아니라 동아시아 공동체의 사상이자 나아가 전 인류의 철학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공감대 아래 역동적인 대중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키워가야 한다.
“남북한 동질성 회복 노력 필요”
많은 사람들은 과거 독일의 사례를 갑자기 이루어진 통일이라고 말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갑작스런 사건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 없이 동서독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이전부터 진행되었던 동질성 회복의 단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서독의 물품이 동독으로 들어갈 수 있게 조치하였고 다음엔 방송 청취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런 점진적 단계를 통해 점차 동독 사람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아가게 되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상징적 사건에 불과하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초기에 경제적·제도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 주민이 같은 생각과 목표를 공유한 상태라면 어려움 극복의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한국인들은 북한 사회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전달할 방안을 마련해가야 한다.
▣ 김상렬 경우라이프 대표이사: 김상렬 대표는 1979년 경찰간부후보생(27기) 시험에 합격해 경위로 임용된 후 서울송파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경무부장·경비부장, 인천경찰청 차장, 제주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150만 전·현직 경찰 조직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의 부회장과 경우회의 상조법인 (주)경우라이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AKU) 상임고문이기도 한 그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개된 AKU 활동에 동참해왔으며 AKU와 경우라이프 간 협력을 이끌어 지난 6월 상호 MOU체결이 성사되도록 주도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이 일어설 때 통일 가속될 것이다”
“북한 주민에 외부 정보 제공해야”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외부 충격은 필요하다. 대북 경제제재 등의 압박이 지속되면 내부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바로 그런 고통이 북한 주민들을 일어서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외부 충격과 더불어 정보 유입이 동반되어야 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2397호)에 의해 북한에서 파견된 해외노동자들의 송환이 이루어졌지만, 해외노동자 파견에는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본다. 자유 세계와 북한의 체제 모순을 깨닫기 시작한 노동자들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는 북한 레짐체인지에는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재 조취를 취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북한을 돕게 돼있다. 차라리 이런 방식 보다는, 북한 노동자가 해외로 대거 나와 외부 세계를 접하게 만드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핵·인권 문제, 조금도 개선되지 않아”
북한이 핵을 포기할거라고 기대하는 것부터 착각이다. 북한은 핵이 없어지면 이라크, 리비아처럼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회담전술의 하나로 핵 폐기 가능성을 언급할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결국엔 핵보유국이 될 것라고 믿고 있다. 이미 93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북한은 반복적으로 시간을 끌며 핵 무기를 개발해왔다. 북한의 인권 문제도 심각한데, 특히 지금의 한국 정부가 탈북민과 관련하여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비굴해 보일 정도로 북한의 눈치를 본다. 북한 주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누구보다도 인권을 중요시 외치던 정부 인사들 아니던가. 안타깝다.
“탈북민·북한주민을 움직여라”
최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종교와 신앙의 자유의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자칫 북한 주민들이 다칠까봐 우려되는 점도 있다. 김일성 유일사상은 근본적으로 기독교 사상과 양립할 수 없다. 다른 종교를 믿는 것부터가 김일성을 배신한 것에 해당하기에 총살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빠르게 확산되는 길은 먼저 온 탈북자들을 전도하는 것이다. 탈북민들은 그들이 체험한 한국의 실상과 모든 정보들을 북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전하고 있다. 탈북민들이 하나님 때문에 생명을 구했고 한국에 왔음을 진실로 깨닫게 된다면 그들이 그 뜻을 전할 것이다. 결국 북한을 변화시키는 건 북한 주민들이다. 한국 정부도 통일 정책을 북한 정부가 아닌 북한 주민들에게 맞춰주길 바란다. 주민을 움직이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 강명도 방송인: 강명도 전 경기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 합영회사 부사장 등을 지내다 지난 199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 김일성의 10촌인 강성산 전 총리의 사위로도 알려져 소위 북한 상위 1%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채널A ‘이제만나러갑니다’, TV조선 ‘강적들’ 등 다수의 뉴스에 패널로 출연해왔고 최근 유튜브에 자신의 이름을 건 ‘강명도TV-자유조선’ 채널을 개설, 시간·형식에 구애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북한요리 음식점 '대동강 오리 불고기'도 운영 중이다.
“1+1은 2 아닌 무한대로 이어질 것”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독일은 통일되기 직전까지 국민들의 통일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통일은 먼 미래이고 현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통일 준비에 미흡했던 독일은 통일 이후에 오랫동안 힘겨운 시간을 거쳤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는 반복되는 남북관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시민운동을 전개해가야 한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남·북·미 세 정상 모두 탑다운(Top-Down) 방식을 취하며 정상간에만 합의를 이루면 북핵이나 평화협정 등이 쉽게 풀릴 거라는 다소 낭만적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문제인데 국민적 합의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가서 서명한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케이글로벌캠페인이 항상 주창해 왔듯 ‘한 사람이 꾸면 단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동의 통일국가 비전 공유해야”
대개 통일문제를 생각할 때 분단이 오래 되었고 그로 인해 남북간 이질화가 심해졌기 때문에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70여년 간 이런 방식의 접근을 유지해왔음에 도 불구하고 남북한 통일문제는 별 진척이 없다. 이는 근본적으로 접근 방법의 수정을 요구한다. ‘통일’을 이루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통일’을 통해 남북한 양체제가 갖고 있는 모순을 극복한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남북한 주민이 주체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마도 남북관계에 근본적 변화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창호 선생은 독립운동을 민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불러 일으킨 운동이라고 한 바 있다. 이처럼 통일운동도 남북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적으로 통일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앞장서서 실천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세계를 리드할 넘버원 코리아"
남북이 하나되는 것은 단순히 '1+1=2'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무한대'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작게는 한반도 주변 일본과 중국 동북 3성, 러시아의 연해주를 포함한 지역의 경제적 빅뱅을 불러올 것이고 이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통일 한국’은 전 세계를 리드하는 넘버원 국가로 발돋움하리라 확신한다.
<2020년 7월호>
▣ 황동식 원케이미디어 대표: 황동식 대표가 이끌고 있는 원케이미디어그룹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음악, 영화, 미술 등을 접목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통일문화운동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이 전개해 온 원케이글로벌캠페인의 주요 행사들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출·홍보까지 맡고 있으며, 최근 ‘OneK TV’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기도 했다. 2015년 ‘원드림원코리아’·‘하나의 꿈’, 2017년 ‘Korean Dream’, 2019년 ‘코리안드림’에 이어 올해에는 '넘버원코리아'(작사·작곡 김동찬 / 노래 나태주·K타이거즈제로)를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