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철호 목사] “진리가 그들을 자유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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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호 목사] “진리가 그들을 자유케 할 것이다”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19.12.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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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s.jpg▲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북한이탈주민)
 
"신이 아닌 인간을 섬겨왔기에 고난을 겪게 된 것은 아닌지..." 탈북 후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새터교회 강철호 목사는 북한의 상황을 이와 같이 묘사한 후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종교다. 그들의 주체사상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정치, 군사가 아닌 사상을 움직이는 종교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20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북한 종교와 신앙의 자유 주간 문화제'에서 마이크를 잡은 강 목사는 북한의 종교 탄압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 북한이 거짓 역사로 정권을 잡아 인민이 자유를 잃었다고 해석했다.  

1994년 탈북을 시도해 중국 연변 지역에 머물다 1997년 한국 땅을 밟은 강 씨는 정식으로 신학 공부를 마친 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서울에서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양천구에 지난 2004년 ‘새터교회’를 설립하고 신도들과 함께 북한 복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중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광화문 정동교회 인근에서 강 목사를 만났다. 여러 교회를 다니며 강론을 하고 북한 인권 및 통일 운동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교류 중인 그는 “북한이 우리를 자극하지 않으면 그것이 평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진정한 평화인지 되묻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인터뷰·글 허경은



“한 사람의 생명이 귀한 세상이 되길”

강철호 목사는 ‘탈북 1호 목사’로 불리기도 한다. 탈북 후 중국에 은신하고 있던 90년대 중반 이미 그 곳에서 한국인 목사를 만나 기독교를 접하게 됐다. 종교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목사의 영향이 컸다고 밝힌 그는 “사실 처음에 성경책을 받아 읽고는 북에서 배웠던 김일성 혁명 로작과 너무 비슷해 반감이 들었었다. 그게 싫어 탈북했는데 내가 또 하나님에게 속아야 하는가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일성 혁명역사와 주체사상이 성경을 많이 베꼈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져있죠. 그러나 그것을 처음 접했을때는 나를 또 속이기 위한 거짓이라 느껴져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그가 성경의 진리를 깨닫게 된 결정적 계기는 목사의 행동을 통해서다. 

"어느날 중국 공안들이 들이닥쳐 나를 찾을 때 그 목사님이 저를 숨기고 그들과 대신 싸우며 되돌려보내더군요. 북한에서 나고 자란 저는 이해 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어떤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왜 자기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쓴단 말입니까. 저를 버리고 모른체하면 될 것을...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성경에서 하나님은 한 생명이 가장 귀하다고 했는데 목사인 내가 그 말씀을 실천하지 못하면 어찌 성도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겠는가'라고 답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신앙이구나.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하나님의 힘이구나. 나도 이 신앙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001s.jpg▲ 11월 19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2019 북한 종교와 신앙의 자유 주간 문화제'에서 강철호 목사가 북한의 종교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탈북민, 북한 변화 이끌 핵심 세력”

북한은 종교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종교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큰 어려움과 위험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강 목사는 과거 독일에서 벌어진 ‘프라이카우프’(Freikauf) 운동을 사례로 들며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어야 진정한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독은 동독에 돈을 주고 교환하는 방식으로 감옥에 갇혀있던 정치범과 기독교인들을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데려온 사람들을 동독에 대한 반체제운동가로 키운게 아니라 신앙으로 품고 가르쳤죠. '우리가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가 종교를 통해 얻어졌구나'를 깨달은 이들은 베를린이 무너진 후에도 동독이 아닌 자유로운 서독의 체제를 옹호하며 동독의 변화와 발전을 함께 이끌었습니다. 한국에는 그리스도인이 가장 많죠. 제가 목회자로서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민족 통일, 평화 통일을 외칠 때 우리는 ‘복음 통일’을 외치고 실천해야 한다고..."

1962년부터 시작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서독이 펼친 프라이카우프는 독일어로 '자유(Frei)를 산다(Kauf)'는 의미로, 공산체제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구출해 낸 인도적 활동이자 훗날 독일 통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당시 구출된 사람의 숫자가 지금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숫자와 거의 비슷한 3만4천여 명이란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freikauf.jpg▲ 프라이카우프는 동서독 통일 전 서독에서 동독에 금전·물품을 주고 교환하는 방식으로 1962년부터 1989년까지 3만 4천여 명의 정치범 수감자들을 데려온 사업이다. (출처=ARIRANG NEWS 화면캡쳐)
 
“독일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도 탈북민들이 주체가 되어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주도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가 수학 공식을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듯, ‘탈북민’이라는 공식이 주어졌는데도 왜 우리는 이 공식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북한 주민 변하고 있는데...”

현재는 휴전선 일대에서의 대북방송과 전달살포 등이 중단돼있다. 강 목사는 이에 대해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며 설명을 이엇다.

“우리가 영어를 배운다고 가정해봅시다. 알파벳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영어를 들려줘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소음에 지나지 않죠. 그런데 단어를 익히고 뜻을 알게된 사람들은 이제 조금씩 그 말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면 반갑고 더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대북 방송이나 삐라(전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일성·김정일 때는 아무리 방송을 하고 삐라를 비행기로 실어다 뿌려도 막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인민들이 들어도, 보아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점점 탈북자가 많아지고 한국 드라마·음악이 곳곳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외부 세계를 알게 되었죠.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과거에 휴전선을 지키던 군인들이 모두 제대해 고향에 돌아가고 오청성씨와 같은 한국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들이 휴전선을 지키는 시대가 됐죠. 아는 음악이 들리면 총을 내려놓고 흥얼거리니, 김정은 정권에서 대북 방송과 삐라는 매우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지속해 온 활동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러 북한의 요구를 우리 정부가 들어준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한 그는 “물론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활동까지 정부가 막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우려했다. 

“신은 약한 자를 통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한다”

강 목사는 시민, 민간단체 등이 주체가 되어 통일운동의 선봉에 서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은 정치적 영역에서 결정을 내리는 위에서 아래로의 방식이란 것이다.

“하나님은 약한 자를 통해 강한 자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길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을 사제들이 외면하고 지나갈 때 가장 천시받던 계층 사마리아인이 그를 도왔다는 이야기는 유대인들에게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주었죠. 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예수님 또한 왕관을 쓰고 나타난 게 아니라 허름한 마굿간의 구유 위에 눕혀졌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한거죠. 종교인이, 탈북민을 포함한 시민들이, 북한 주민들이 묵묵히 실천하고 통일 운동을 해 나갈때 결국 지도자들이 깨닫게 되겠죠. 특히 북한의 권력자들은 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들의 과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며, 한국 정부 또한 북한 당국자를 감동시키려 하지 말고 오늘도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기도교인들에게도 일침을 날렸다. 신앙인으로서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정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04s.jpg▲ 11월 19일 TV조선 씨스퀘어빌딩 라온홀에서 열린 '2019 북한종교와 신앙의 자유 주간 문화제'에서 강철호 목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민간교류나 인도주의 지원이란 목적 아래 북한엘 다녀오는 종교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땅에 가서 누구 하나 붙잡고 '예수 믿으세요'란 말도 못 꺼내죠. 그저 가져간 돈과 물품을 건네주고 돌아와서는 자랑을 합니다. 그걸 들은 신도들은 우리 교회가 대단한 일을 했다며 기뻐합니다. 이게 진정한 복음 활동인가요? 하나님이 이걸 보고 기뻐하시며 잘했다고 할까요?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시고 우리는 순수성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강 목사는 "평화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게 두는 것을 우리는 '평화를 지켰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북한 주민을 외면한 채 우리만 평화롭기를 바랄 수 있을까. 그의 절실한 기도가 우리에게 큰 울림을 남긴다.

"인간은 폭력, 전쟁, 갈등을 일으키기에 하나님이 예수를 평화의 왕으로 보내어 말씀(신앙)으로 평화가 이뤄지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만든다고 착각해선 안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따를 때 비로소 그것을 지켜본 하나님께서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내려주실 것입니다.
북한에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없이는,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아래에 있지 않고서는 통일을 선물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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