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주일 목사 (모퉁이돌선교회 · 부천창조교회 / 북한군 기독군인회 회장)
"하나님은 주체사상을 통해 나를 부르셨다." 북한 정치장교 출신의 심주일 목사가 그의 저서 <멈출 수 없는 소명>(문광서원, 2018)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심 목사는 "주체사상의 기원이 성경에 있다. 그래서 정치 장교로서 누구보다도 주체사상에 통달했던 나는 성경을 접한 이후 주체사상의 모순을 더욱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 목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모퉁이돌선교회를 찾았다. 부천 창조교회 목사로 활동중인 그는 평일에 주로 이 곳 선교회에 머물며 성경책을 북한식 언어로 번역·개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퉁이돌선교회는 1985년 사역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34주년을 맞고 있다. 북한을 포함한 공산권 및 이스라엘 지역으로 주된 사역 활동을 하며 '평양에서 예루살렘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복음을 전하고 지하교회를 돕는 일을 한다. 특히 북한에 집중적으로 성경책을 비밀리에 보내며 지하 성도들을 양성하고 있는데, 심주일 목사가 북한에서 받았던 성경책도 바로 이 곳에서 보내진 것이다.
심 목사는 선교 활동 외에도 <김정일의 운명과 북한의 운명>(2009), <진리를 찾아서>(2014), <성경에서 훔친 주체사상>(2017), <멈출 수 없는 소명>(2009/ 2018 개정)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하며 북한 체제와 종교탄압의 실태를 알리는 일에 주력해 왔다.
인터뷰·사진 허경은
▲ '멈출 수 없는 소명' 심주일 지음 | 문광서원, 2018
“탈북, 하나님 만난 게 결정적 계기”
- 북한에서 성경책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깨닫게 되었나.
“친구가 전해줘서 받게 됐는데, 처음엔 호기심으로 읽어보게 됐다. 그런데 그 성경을 보면서 주체사상과 너무 닮아 북한 사회의 모순을 깨닫게 됐다. 나는 투철하게 사상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거기에서 해소되지 않던 한계가 있었는데, 그걸 성경 속에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후 매우 강하게 영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매일 밤 이불 속에서 제주극동방송까지 찾아 들으며 이 복음을 반드시 북한 동포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소명을 깨닫게 됐다.”
- 성경의 십계명과 북한 유일사상 10대 원칙이 얼마나 비슷하길래…
“가령, 유일사상 1대 원칙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하라고 되어 있는데 성경에서 1계명은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한다. 성경을 보면, 거기에서 북한 유일사상의 10대 원칙이 나왔음을 알게 된다. 북한이 성경 반입은 물론 들고만 있어도 강하게 처벌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 약 20년 전인 1998년에 탈북했다. 당시엔 탈북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았을텐데...
“그곳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선명한 음성을 들었다. 평소 그 체제가 거짓임을 깨닫고 있었지만 갈 길을 몰라서 그냥 있었던 것인데 하나님을 통해 길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탈북 방법을 알아봤고, 내가 먼저 안전하게 떠나온 뒤에 가족들을 데려올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한국에 도착해서 벌어졌다. 당시 KBS에서 나의 귀순 소식이 생중계됐다. 언론에서는 알권리 차원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그로 인해 북에 있던 나의 가족들은 생사를 달리하는 결과를 안게 되었다. 당시 아들도 군대에 있었는데… 이 또한 하나님의 뜻일까. 지금은 하나님께서 주신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북한의 진정한 평화 위해 물질 아닌 영적 구원 이어져야”
- ‘모퉁이돌선교회’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맡고 있는가.
“주로 공산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한다. 사역 지역은 ‘평양에서 예루살렘까지’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서진 선교를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다. 나는 주로 성경을 북한식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발간된 성경이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아 오류를 수정하고 각주를 달아 좀 더 완벽성을 더하는 작업에 참여 중이다. 여러 루트를 통해 이렇게 만들어진 성경을 북으로 보내고 있다.”
▲ 사진='모퉁이돌선교회'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 북한 선교만 놓고 보아도 위험성이 따를 것 같은데…
“일부 신앙인들은 북한 선교에 대해 자칫 잘못되면 목숨을 잃게 되니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선교 활동을 살인행위라니… 한국 교회와 신앙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요즘 한국 교회에서는 북한 선교를 하지 않는다. 그저 인도주의적 지원이란 명목 하에 돈이나 물품을 보내주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선교는 복음을 전해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인데 이를 어찌 물질(돈)로 할 수 있겠는가..”
- 인도주의적 지원이 잘못되었다고 보는가.
“종교인으로서 보자면, 이는 잘못되었다고 본다. 하나님은 원칙적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북한의 객관적 조건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지하자원, 농업토지가 많고 산천이 수려해 관광업도 개발·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땅에 인프라를 구축해 개발하게 하고 이로써 주민들이 잘 먹고 살수 있도록 노력에 보상하며 경제를 부흥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그 돈으로 핵을 개발하고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기후조건이 열악해 뭘 심어도 나지 않고 땅을 파도 물이 나지 않으니 그런 곳이야 말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들어갈 수 있지만 북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마치 조폭 주머니에 돈을 꽂아줄테니 때리지 말라고 하는것과 같다. 이것이 평화인가? 교회와 정부에 반문하고 싶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 최근 ‘북한종교와신앙의자유국제연대’가 창립했다.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창립을 한 단계이니 앞으로 얼마나 전개, 확산될 지 나 또한 지켜보며 동참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아무래도 여러 종교가 함께 연대하다보니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을 비롯해 어느 사회에서나 종교적 갈등은 항상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런 활동이 그 체제에 큰 압박이 되는 건 분명하다.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사일과 다르다. 이건 사상이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움직이는 건 사상이다. 이미 북한에서는 이 연대의 창립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심각하고 신중하게 지켜볼 것 같다.”
- 국내에 기독교인의 수는 1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우리는 매일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자고 기도한다. 하나님 말씀대로 살면 된다. 하나님 앞에 신앙을 고백하고서 거짓으로 살아가면 안 된다. 북한을 외면하고 선교하지 않으면서 돈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고 진정한 신앙인도 아니다.”
▲ 북한 언어로 번역 출간된 성경 페이지 일부
- 북한에도 많은 지하교인들이 있다고 들었다. 일부는 발각되어 처벌받거나 정치범수용소 등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성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내가 과거에 한국에서 보내오는 성경을 받아 읽고 라디오를 들었던 것처럼, 나 또한 현재 매주 두 차례씩 제주극동방송 채널을 통해 대북 설교방송을 하고 있다. 분명 그들이 이 메시지를 들을 것 같다. 하나님 앞에 신앙을 고백한 그들에게 전하겠다.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도 흔들리지 말고 더욱 강해지라. 그것이 진리이다. 혹여 죽음 앞에 놓이더라도 하나님께서 그 목숨을 책임질 것이다.”
“한반도 통일로 새로운 역사 정립해야”
- 결국 한반도 통일로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을까. 통일 시대, 언제쯤 올까?
“벌써 3대째 세습 통치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까지다. 김정은까지가 이 체제의 수명이라고 본다. 아직 김정은이 젊어서 오래 갈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의 인간적 수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계기로 인하여 그가 더 이상 정치생명을 이어가지 못할 때 다음 지도자가 나올 것인데, 이 때 우리는 김씨 일가의 세습 통치가 더 이어지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 만약 당이나 군 등 김씨 패밀리 외의 곳에서 지도자가 나온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 때가 실질적 통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북한 내부 소식도 접할텐데,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는가?
“지금의 북한 청년들에겐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들은 90년대 중후반 북한에 닥친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자라난 세대들이다. 자신의 부모와 동네 친구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 자랐다. 그러면서 외부 정보도 동시에 접했다. 당에 의존하지 않고 장마당 경제를 일으켜 돈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외부 정보를 통해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도 전과 같지 않다. 자립과 소유의 개념을 깨우친 이들은 북한에서 새로운 권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 3·1운동 100주년을 맞고 있다. 한국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은 3·1운동도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인정하지 않는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모시지 못한 실패한 운동이자 역사로 폄훼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도 문제가 많다. 정치 세력들 간 이해관계에 의해 역사의 왜곡이 반복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역사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이뤄 이념전쟁을 끝내고 진정한 하나의 국가로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