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2월 28일)된 직후인 3월 1일 오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피스컨벤션’ 라운드테이블 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변화 전망에 대한 각국 대표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달성할 방법은 ‘한반도 통일’ 밖에 없어”
“14만여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북한 급변사태 때 전원 학살될 수도”
“지금 당장 북한에 교회 1개를 더 짓게 하는 게 변화 유도의 길”
2월 28일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3월 1일 아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글로벌피스컨벤션 현장을 찾았다. ‘북한 종교와 신앙의 자유’, ‘한반도 통일’ 등을 주제로 하는 분과별 라운드테이블 룸을 긴급히 옮겨다니며 태 전 공사는 향후 한반도 변화 가능성과 대북 관련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컨벤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의 질문 세례도 쏟아졌다.
먼저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부터 김정은의 어두운 표정에서 (결렬될 것을)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 사회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강하고 무결한 존재이므로 이번 행보를 매우 성공적인 모습으로 포장해서 선전할 것이다. 북핵을 협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그나마 성공적인 일이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의 전환 없이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그는 이를 달성할 방법은 “오로지 한반도 통일 뿐”이라고 답했다.
▲ 태영호 전 북한공사가 3월 1일 열린 '2019 글로벌피스컨벤션'의 종합 라운드 테이블 '통일' 세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통일을 위해 필요한 단계적 준비들 가운데 그가 제시한 방법 하나는 중국의 (숨어 있는)탈북자들을 한국으로 올 수 있게 외교적 노력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딜레마에 빠져있다. 과거 서독이 인접 국가 국경을 통해 들어온 동독 주민들을 받아주기 시작하면서, 결국엔 동독 주민들이 멀리 돌아가는 길을 포기하고 분계선을 넘어 서독으로 직행하는 것을 택하게 된 게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한 그는 “중국에 숨어 있는 수 많은 탈북민들을 한국에서 받아주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휴전선이란 지름길을 통해 쏟아져 내려올 것이다. 북한이 한 두 명에게는 총을 겨눠도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눌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지금도 인권·종교 탄압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권 회복과 종교의 자유 등이 실현되기 위한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태 전 공사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추정 14만여 명이 수감돼 있다. 북한이 만약 어떤 급변 사태 등을 맞게 된다면 그들을 모두 사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순간 장내가 숙연해지자 그는 “그래서 투트랙으로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 비핵화만큼 인권도 매우 중요한 이슈인 것이다. 지금이 북한인권 문제를 끌어올릴 타이밍이다. 정부가 나설 수 없다면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국제적인 북한인권캠페인을 벌여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한의 인권 개선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관련해 “최근 북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쓰기 시작했다.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높이면 북한은 ‘하는 척’이라도 하게 된다. 그렇게라도 조금씩 변화를 유도해가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종교탄압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전 세계 사례를 보더라도 항상 종교의 자유가 먼저 온 후에 민주주의가 서서히 꽃피었다. 종교의 자유는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태 전 공사는 이와같이 북한 체제 변화나 인권 개선 등을 위해 '종교의 자유'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단도직입적인 촉구보다는 지금 당장 북한에 교회 1개라도 더 지어질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짜 교회라 할 지라도, 그걸 보며 지하교인들이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