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북한돋보기] "그들은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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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돋보기] "그들은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가?"

칼럼
기사입력 2016.06.0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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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은.jpg▲ 허경은 편집부장
군복을 입고 지나가는 군인만 봐도 마음이 짠하다. 한국인에게 군인은 아주 친숙한 누군가의 아들이자 누군가의 연인이고, 혹은 자기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된 훈련과 시시콜콜한 생활 등 병사의 일상은 TV 코미디 프로에서 희화(戱化)되기도 하고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다루어진다. 그만큼 군인들의 병영생활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홍수, 폭설 등 자연 재해가 발생하면 군인들이 현장에 나와 복구작업을 돕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은 병사들에게 음료와 간식거리를 건네며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군인은 그처럼 국방의무 이행과 함께 때에 따라서는 주민 곁에서 땀 흘리기도 한다. 북한 군인들의 일상은 어떨까.
 
사상교육에 치중, 농촌지원에 동원되는 북한 군대

북에서 입대 후 10년동안 통신병으로 복무하다 육군 상사로 제대한 여군출신 탈북자 영미(가명)씨는 북한 군인들의 하루 일과가 크게 두 가지로 팽팽하게 짜여있었다고 했다. 군사훈련과 사상교육이었다.

“하루 2시간씩 한 번도 빠짐없이 ‘정치상학’이라고 부르는 사상교육이 진행됐어요. 제가 중대장일 땐 매일 교육 준비를 하느라 바빴죠. 주로 수령님에 대한 우상화나 반미 교육 등으로 내용이 짜여집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일반 병사들은 정치상학 시간을 좋아했다고 한다. 사상이 투철해서라기 보다는 그 시간만큼은 앉아서 쉴 수 있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군사훈련보다 더 힘든 시간은 농번기 때 찾아왔어요. 모내기 전투명령이 떨어지면 군인,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농촌지원을 나가야 하죠. 사실 군사훈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농촌지원에 동원돼 보낸 것 같습니다.”

상상해 보면 총 대신 삽을 들고, 적군보단 병충해 제거에 쉼 없이 땀 흘려야 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이 조금은 짠하기도 하다.

군인인 듯 군인 아닌 군인 같은 대학생

군 복무를 안 해도 대학교 진학이 가능한 성분 좋은 집안의 자제들이라고 해서 군대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북한 주민 누구나 군대의 규율 속에서 살아간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모든 교육기관과 기업, 단체들이 군대와 같은 조직체계로 운영된다. 평양이과대학을 다녔던 지애(가명)씨는 학교가 곧 하나의 군대조직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군대조직 단위에서 연대에 해당합니다. 학부는 대대, 학년은 중대, 학과는 소대인 것이죠. 한국도 대학에서 과대표, 학회장 등을 뽑잖아요. 북한은 그런 학급장들 외에도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을 뽑습니다. 그 군대호칭 그대로 쓰고 부르죠. 규율을 어기거나 이탈행위를 하면 소대장, 중대장 등으로 보고 라인이 이어지고 제재를 당합니다. 대학도 하나의 군대인 것입니다.”

학교는 하나의 행정조직으로 군대 체계가 적용되고 기숙사는 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치조직에서처럼 또 다른 관리 담당자들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학습활동 외에도 군사훈련을 받는, 사실상의 군인인 셈이다.

전국에 전투명령이 떨어졌다

6월 5일은 망종(芒種, 24절기 중 아홉 번째 해당하는 절기로,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보통 망종 전에 보리를 베고 밭을 갈아 놓은 뒤 모를 심기 시작한다. 따라서 망종 전후로 농촌지역은 무척 바쁘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현재 북한의 농촌모습이 얼마나 바쁠지 짐작이 간다. 각종 영농기계가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 농촌과는 달리 맨 손으로 모내기를 해야 하는 북한 각지에서는 앳된 학생들과 군인들이 섞여 모내기에 한창일 것이다.

북한 당국은 보통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를 ‘농촌지원 총동원기간’으로 선포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한다. 장마당도 오후 5시부터 열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근로자, 학생, 군인들 모두를 각 지역 협동농장에 배치한다. 학교도 이 때에는 한 달간 수업을 중단하고 군사훈련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은 대남 군사적 도발을, 아마도 잠시나마 자제하는 대신 내부적으로는 말 그대로 전국적인 '모내기 전투'를 혹독히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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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 호국영령 앞에 반성을

호국보훈의 달을 맞았다. 이번 달은 군사훈련보다는 순국선열과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고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시간들로 채워질 것이다.

북한도 그 동안 김정은(1.8)-정일(2.16)-일성(4.15)으로 이어지는 3부자 생일과 노동당7차당대회(5.6~9)를 치르며 바쁜(?) 연초를 보내고 잠시나마 군사훈련보다는 농촌에서 주민들과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다른 풍경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국가가 분단되기 전에는 하나의 코리아를 함께 지켜낸 민족으로서, 이번달 만큼은 조국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 호국영령 앞에 머리 숙여 반성하고 통일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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