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진심을 다해 마음을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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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진심을 다해 마음을 움직여라”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20.05.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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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jpg▲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인종, 종교, 국적,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모든 의사들이 맹세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다. 지금은 팬데믹이 선언되며 아직도 확산 중인 ‘코로나 19’(COVID-19/ 이하,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가장 위협적으로 휩쓸던 2월 말 전국 각지의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 정신을 품고 기꺼이 대구로 향했다.

거제시에 소재한 거붕백병원을 운영 중인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은 “퇴임한 의사들까지 포함해 장롱 속 흰 가운을 꺼내들고 대구로 간 의사가 수천명에 달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 의학계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실히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 회장은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인이지만 30년 넘게 의료산업을 이끈 일원으로 대한민국 의료계의 발전과 의사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직접 환자를 치료할 순 없어도 경영인이자 재력가로서 힘을 보탤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도움을 주고 싶어 손 소독제를 대량 주문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 물품과 기부금으로 지원활동을 이어왔다. “사람이 소중한 걸 알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선친으로부터 타인을 돕는 법을 배웠다고 전한 그는 “진심을 다하고 정성껏 손을 내밀면 그 선한 영향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글 허경은


코로나 위기에서 얻은 교훈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종합병원들 가운데 ‘지역거점병원’과 ‘국민안심병원’을 분리 지정하는 제도를 시행하며 일반 환자와 호흡기 질환 환자들 간의 감염을 막는 노력을 기하고 있다. 백 회장이 이끌고 있는 거붕백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이지만 코로나가 의료계 전반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안심병원 지정에 상관없이 모든 병원에 환자가 줄었습니다. 아픈 사람이 줄어든 거라면 다행이지만, 2차 감염이 우려돼 병원 자체를 피하는 현상이 생긴 거죠.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될 때에는 일반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우리 병원을 예로 들면, 응급실 기준으로 하루 저녁에만 평균 150여 명의 환자가 들어왔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거의 안오고 있는 실정이죠. 자정만 넘으면 응급 환자들이 몰려왔는데 그런 긴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조차도 발길을 삼가고 있다는 게 심각한 일입니다.”

거붕백병원.jpg▲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거제 거붕백병원은 내원객 관리 및 입원환자 보호를 위해 병원 입구, 본관 출입구 등에서 선별작업을 진행 중이며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될 경우 선별 진료소로 안내하고 있다. (출처=거붕백병원 공식블로그)
 
백 회장은 30~40%의 매출 감소를 견딜 병원은 거의 없다고 우려하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한민국 의료계는 전반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각종 약품과 의료소모품을 납품하는 업체들 또한 피해가 큽니다. 만약 종합병원이 매출 감소로 인해 의료진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베드(병상)도 줄인다면 지역 곳곳에서 곡소리가 더 커지고 의료 사각지대가 많아질 것입니다. 5월 말이면 코로나가 진정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6월까지 넘어간다면 병원, 의약품 제조사 등 의료산업 전반이 흔들릴까 걱정됩니다.”

백병원은 매출 감소의 위기 속에서도 응급실을 유지하고 속칭 나이롱환자라 불리는 경증의 장기입원환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줄이고 급성 환자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종합병원에 일부 존재했던 폐단을 줄이게 되어 병원 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계기는 되었다고 백 회장은 밝혔다.

“코로나로 인해 일반 감기환자는 물론 장염 환자도 많이 줄었습니다. 사실 손 씻기만 잘 해도 95%의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거든요. 위기 속에는 언제나 또 다른 기회와 교훈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시기를 극복한 후에도 이런 개인 위생 수칙이 잘 지켜지길 바랍니다.”

어려울 때 나누는 우정의 가치

백 회장은 세균 전파를 차단하는 가장 기본 수칙인 손 위생 관리를 위해 손 소독제를 대량으로 주문 생산했다. 거붕백병원이 있는 거제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 군청, 경찰서 등에 2만 개를 지원하고, 국내에서 교류하는 기관·단체에 2만 개, 그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중국 대련시에 2만 개 등 발빠르게 연락을 취하고 전달을 마쳤다. 최근에는 다미르 쿠센(Damir Kušen)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에게도 후원금 3천만원을 전달했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최근 강진이 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환자 발생은 물론 관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지진까지 나며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파괴된거죠. 처음에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위생용품을 대량으로 보낼 계획이었으나 해외배송 지연도 발생해 가족들과 회의한 끝에 후원금을 모아 현금 기부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08.jpg▲ 4월 14일 크로아티아 다미르 쿠센 주한크로아티아 대사(왼쪽 두번째)가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및 가족들로부터 크로아티아 지진 복구 성금을 지원받은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거붕백병원 공식블로그)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백 회장에게 가장 많이 따라 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대만통(通)’이다. 서울-타이페이클럽 회장이기도 한 그의 대만과의 인연은 부모님 세대로 올라가 가족적 배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에 부모님은 모두 만주에 계셨습니다. 그래서 화교들과 친했고 중국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듣고 자랐죠. 여기서 중국은 지금의 대만을 일컫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만이 중국을 대표하고 있었으니까요.”

대만은 과거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와 함께 유엔 상임이사국이었으나 훗날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외교·국방력이 강화된 중국의 세력이 커지면서 결국 상임이사국 자리를 중국에 내어주는 아픈 역사의 길을 걷게 됐다. 문제는 그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맺고 대만과는 단교를 하게 되었는데 그 사건이 백 회장과 대만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한국 등 해외에 있던 대만의 대사관 사람들은 그 지위를 중국에게 그대로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새 친구를 사귀기 위해 옛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중국을 받아들이되 대만 대사관을 중국이 아닌 대만측에 기증하며 대만을 위로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방식은 달랐죠. 하루아침에 대만 사람들을 내쫓다시피 보내고서는 대사관마저 중국에 넘겨주었습니다. 대만 당국자들이 한국을 떠나던 날 제가 현장에 있었고, 허탈하고 분개한 그들의 눈물을 그만 보고 말았습니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유일한 반공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지원했던 대만을 국제관계 속 힘의 논리에 의해 등지게 된 점을 백 회장은 “상황은 이해하나 절차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눈물을 잊지 못한 백 회장은 “비 온 후 땅은 더 굳어진다”고 위로하며 그들과 교류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한국-대만 간의 정·제계 및 문화예술인들의 교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온 백 회장은 그 공을 인정받아 대만으로부터 ‘경제부 경제전문훈장’, ‘입법원 외교영예훈장’, ‘외교부 외교훈장’, ‘입법원 외교최고영예훈장’ 등 4번의 훈장을 수여받았다. 외국인에게는 훈장을 수여하지 않는 대만의 국회 규정을 수정하면서까지 시행된 일이라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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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은 결국 사람의 몫”

인간적, 국가적 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고 말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민족이면서도 적대적 위치에 놓인 남북관계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회 위원이면서 최근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도 맡게 된 백 회장은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해 대치되는 적대적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관계 속에서도 서신을 왕래하고, 그 다음엔 물건을 주고받으며 단계적으로 교류관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하긴 합니다. 우리만이 아닌 주변 국들과의 관계가 많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전쟁을 다시 겪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일관된 입장과 목소리를 북한과 주변 이해관계국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백 회장은 모든 관계의 기본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국가적 외교 관계 뿐 아니라 우리 안의 통일이라는 문제 해결도 모두 사람의 몫이란 뜻이다. 전문 경영인이지만 ‘처세술’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계산하는 것에는 마음이, 정성이, 사랑이 담길 수 없다. 마음을 담아 상대를 대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 발전이 아닌 도돌이표만 지속해 온 남과 북이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에만 계산기를 두드린 건 아닌지, 진지하게 어떤 마음을 나누어왔는지를 성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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