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혜련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 “먼저 변화를 시도한 탈북민에게서 희망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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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 “먼저 변화를 시도한 탈북민에게서 희망 찾아야”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20.03.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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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jpg▲ 김혜련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 대표
 
몇년 전 공개된 OECD 회원국 기준 한국의 자살률 1위 소식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적 관심과 성찰이 이어졌고 자살방지 대책이 쏟아져나왔지만 이미 10년이 넘도록 1위 자리를 거의 유지해온 상태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적 위기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한가지 주목할 데이터가 또 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의 3배(각 인구수 대비)에 달한다는 점이다. 통일부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살 이유가 가난과 외로움, 즉 일반적인 한국인 자살 원인과 동일한 경제적 위기와 정신질환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반 국민들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데, 체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급속한 변화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그 고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혜련 대표는 “탈북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큰 배경에는 대부분 혼자이거나 자녀를 홀로 키우는 한부모가족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데 어린 자녀를 양육하거나 북의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이중, 삼중의 노동 병행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혜련 대표도 북에서 생활해오다 지난 2013년에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에 아직 가족들이 남아있다. 올해로 한국 생활 8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에는 8년도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글 허경은


한류가 삶에 미친 영향

김혜련 대표는 북에서 당원의 신분이었기에 경제·지위적 면에서 넉넉한 생활을 한 편이었다.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국방위원회 직속 522부대 소속으로 군 생활을 했는데 최고사령관의 작전 및 전쟁예비물자를 보관,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다. 이후 간호장교로도 복무했다. 제대 후에는 고향인 양강도 혜산시에서 의료부문에 종사했다. 이미 21살이던 이른 나이에 당원이 되었으니 북한 생활에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런 그도 탈북이 불가피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한류’에 원인이 있다. 

“양강도 혜산은 한국 드라마를 다소 쉽게 접할 수 있는 북중 접경지대에 위치해있습니다. 한국산 제품이나 드라마 등이 북한 내에서 가장 많이 퍼져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저도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고, 제가 소지하고 있던 걸 주변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이 단속을 당해서 제가 제공했다는 것이 발각되었습니다. 급히 피신하라는 연락을 받고 그 길로 국경을 넘은 게 결과적으로 한국행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에 와서 계속 죄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무엇보다 갑자기 오게 되면서 가족을 두고 왔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떨결에 국경을 넘게 됐고 한국에 도착해 국정원 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창밖 풍경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가족들 때문에 죄책감이 컸고 이 모든 게 너무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경황도 없었습니다. 밤이 되고보니 한국에 왔다는 게 조금 실감이 나더군요. 밤 거리가 너무 밝았거든요.”

모든 시스템이 달랐던 한국

그는 한국에 정착한 후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나원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더 치열한 현실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입니다. 같은 한국어를 쓴다 해도 자주 쓰는 단어들이 다르고 외래어도 많이 섞여 있어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모든 생활이 전산 시스템화 돼 있고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컴퓨터 사용법도 우리들에겐 낯섭니다. 하나원 교육 과정은, 비유하자면 초등학생에게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 차이가 크게 느껴져 처음에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 김 대표는 초기 2~3년간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다. 당시 주산논리 관련 자격증 과정이 있어서 배우게 되었고, 자격증을 따고 나니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방과후수업의 강의 기회가 생겨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북에서 군 생활을 했던 이력과 탈북민이란 배경도 더해져 통일 강사, 민주시민강사 등으로 활동을 확대하게 되었고 현재는 TBN 교통방송 라디오 '하나되는 우리 반갑습니다'에 3년째 출연하며 북한의 언어와 남북한의 문화차이 등을 알리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 돕기 시작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는 올해 1월 18일 개소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 이전부터 탈북 학생, 미혼모 등을 도와왔고 정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사무실을 갖추게 된 것이다. 약 50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고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태영호 전 북한공사가 이사직으로 조직을 뒷받침하고 있다. 

01.jpg▲ 지난 1월 18일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 개소식에서 주요 임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들을 돕고자 설립하게 됐습니다. 작년 8월에 벌어졌던 탈북민 한성옥 모자의 아사 사건이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난과 억압을 피해 자유의 땅으로 온 사람들이 한국에서조차 먹지 못하고 고립돼있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죠.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탈북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은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협회에서는 앞으로 그런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찾아내어 직접 애로사항을 듣고 도움을 줄 계획입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연결해주고, 정신적 고통 속에 놓인 분들에겐 상담사를 소개해주기도 할 것이며 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물품이나 지원금, 학생들의 장학금 등을 보태줄 것입니다.”

협회는 탈북민을 돕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다양한 예술 공연, 토크쇼, 강연 등을 펼칠 ‘모란봉음악단’도 결성한 상태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 그리고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많은 시민과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 탈북민한부모가족지원협회 | 상담·문의 전화 02-6411-9997)

“북한 주민의 변화에 주목해야”

군복무를 했던 김 대표는 남북 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이 전투물자를 비축하고 공급하는 곳이었기에, 제 경험에 비추어 예측하자면 절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모든 곳이 갱도화 돼 있습니다. 물자들이 갱도 내 완벽히 구비돼 있죠. 정상회담을 몇 차례 거치는 과정에서 마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처럼 예측하는 언론 보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웃음이 나왔죠. 북한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북핵 포기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본 김 대표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변화에는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한국 의류나 가전제품 등을 들여와 상표를 떼고 쓰더라도 그것이 우수한 한국 제품이란 걸 알고, 드라마의 내용을 보며 자유 세계를 상상합니다. 물론 이런 의혹은 있습니다. 북한의 영상물에 체제선전 목적이 반영돼 좋은 부분들만 담기듯이 한국 드라마도 체제선전을 위해 좋은 면만 담았을 것이란 의혹. 그런데 탈북민 가족이 한국에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실제로 남한에 와 보니 그게 사실이더라며 가족들이 증언하는 말에는 신빙성이 생깁니다. 단순히 한국 드라마를 접했을 때와 한국 내 탈북민 가족을 통해 들었을 때의 차이가 크죠. 그래서 북한 주민의 변화에 탈북민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 전반에서 소외돼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대표는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등 많은 국내 정책 기관들 중 탈북민이 직접 개입되어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려면 탈북민이 증언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정책 수립 과정에 함께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 탈북민들에게도 용기를 가지고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필코 기회가 옵니다. 목숨을 걸고 넘어온 그 용기를 잃지 말고 스스로 부딪히고 배워서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길 바랍니다. 그 체제를 버리고 자유를 선택했죠. 어쩌면 먼저 변화를 시도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한국 시민들도 이런 탈북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손을 내밀어주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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