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지성호 NAUH 대표]“통일은 저절로 오지 않아... 우리가 손 내밀어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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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호 NAUH 대표]“통일은 저절로 오지 않아... 우리가 손 내밀어 이끌어야”

기사입력 2019.0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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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s.jpg▲ 지성호 나우(NAUH) 대표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남·북(탈북민) 청년들이 모여 만든 북한인권활동 시민단체 ‘NAUH’(Now Action & Unity for Human Rights)에서 지난 2010년도에 펼쳤던 캠페인 문구 중 하나이다. 당시 이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금액은 200여 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그 해 중국에서 떠돌던 탈북자 1명을 구출해내는 성과를 얻었다. 그 때 1명의 구출작업을 시작으로 2명, 3명, 10명 등 이어져오다 보니 9년째에 이른 오늘날까지 누적 400여 명의 탈북자들을 구출해내기에 이르렀다.

NAUH를 처음 설립한 사람은 탈북민이자 한쪽 팔·다리가 없는 중증장애인 지성호씨다. 지성호 NAUH 대표의 탈북 스토리는 그간 국내외에서 여러 증언과 TV 출연 등을 통해 알려져 왔지만, 최근 가장 크게 알려진 계기가 지난해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소개되면서부터다. 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를 받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유품이자 자신의 수족이 되어 준 목팔을 높이 들어올리며 각종 언론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1년여에 걸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며 한반도에 마치 ‘평화’의 바람이 부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지 대표는 지금의 변화를 반기면서도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인터뷰·글 허경은 / 사진 이용현


pbs capture 01.jpg▲ 지성호 NAUH 대표가 지난 2018년 1월 30일 미국 워싱턴D.C.의 하원 본회의장에 초대된 후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를 받고 일어나 목발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출쳐=PBS뉴스 화면 캡쳐)
 
한반도 평화인가, 대한민국 평화인가?

-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지성호 대표를 소개하였기에, 많은 전문가들은 싱가폴 북미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크다.

“당시 정상회담의 우선 과제는 북핵 문제 해결이었다. 미국은 자국과 국민들을 보호할 책무가 있기에 자국에 가장 위협이 될 북핵을 다루는 게 중요했다. 또한 북한인권 의제가 공개적으로 크게 보도되지 않았을 뿐, 북미 회담에서 관련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앞으로 계속 거론될 것이다. 다만 성격상 비공개적이고 외교적인 문제이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 곧 있을 2차 북미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다시 다뤄질 것이라 예상하나?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에게 미국은 감사한 나라라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전 세계가 알 수 있도록 먼저 제기한 것도,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도 미국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상회담에 있어서는 국익과 외교 정책에 따라 논의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기에, 회담 주제가 북한인권이 아닌 이상 우리가 이를 미국에 강요할 수는 없다. 그리고 미국이 아닌 우리 정부가 나설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며 외교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 이를 성사시켰다. 우리 대통령도 지난 평양 방북 때 송이버섯을 싣고 올 게 아니라 억류된 한국인 6명을 싣고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남북관계가 지난 1년간 평화의 바람을 타고 분위기 전환을 가졌다. 탈북민으로서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는가? 

“정부가 나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도,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으니. 그런데, 무엇을 위한 평화인가? 누구의 행복을 위한 평화인가?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을 위한 평화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이 줄어드니… 다만 그 평화를 누리기 위해 북한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건 아닌지, 우릴 위해 북한 주민들이 그 삶을 계속 감수하도록 방관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건, 북한주민 배제 혹은 죽이기 밖에 되지 않는다.”

약자에 대한 사랑은 아름다운 일

- NAUH 설립 후 주로 어떤 활동을 펼쳐왔나.

“2010년 4월부터 대학생들과 모여 시작하게 됐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가치 아래 모두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통일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 통합을 바라봤다. 주로 기독교계 친구들이 많이 지원하고 참여하였으며, 200불 가지고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시작한 게 벌서 9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설립 당시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인식이 많지 않았는데, 2013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나오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줄곧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활동, 라디오 방송, 탈북민 구출활동 등을 이어왔다.”

캠페인1.jpg▲ 지성호 대표가 이끌고 있는 시민단체 'NAUH'가 지난 2017년 1월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는 구호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제공=NAUH)
 
- 지난 1월에 열린 ‘북한 종교와 신앙의 자유 국제연대’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기도의 힘을 사례를 통해 발표했다. 북한 체제에 있어 종교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북한은 김일성이 신이다. 다른 종교가 들어가게 되면 그로 인해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니, 곧 붕괴로 이어지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종교는 북한 체제를 유지하거나 위협하는 큰 축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내면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게 정치범수용소와 종교 문제다. 많은 종교인들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있다. 만약 국제사회가 어떻게든 문제 제기를 하여 북한 정치범수용소가 해제된다면, 수많은 종교인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체제는 지탱하기 어렵게 된다.”

- 한국에도 신앙인들이 많다. NAUH 활동에도 많은 종교와 신앙인들이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평화란 개념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평화를 위해선 인간을 살펴야 하고, 이런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북한인권활동이다. 또한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그것의 근본 정신은 ‘사랑’이라고 본다. 우리는 그 사랑이 북한 지도부로 향하게 할 것인가, 2300만 북한 주민들로 향하게 할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약자에 대한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통일은 ‘되는’게 아니라 ‘만드는’ 것!

- 중증 장애를 안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어떤 인생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난 인생을 덤으로 산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꽃제비로 살며 먹을걸 찾아 헤맸고 열차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었다. 마취제 없이 절단 수술을 받는 등, 누가 봐도 죽을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 있었음에도 살아났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초대와 대접을 받는 등, 누구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영광의 자리에도 올랐었다. 그래서 그 덤으로 얻은 삶을 앞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일에 쓰고 싶다. 다리 한쪽이 없지만 남과 북을 이어 하나의 코리아가 되도록 하는 다리 역할이 되고 싶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주민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것이다. 탈북민을 포함해 우리는 그들의 물음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고통 받고 죽어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에 대해…”

- 법학 전공으로 학·석사 과정을 밟아왔다. 통일 후 관련 전공을 살린 계획이 있는건지... 

“북한은 마약 문제도 심각하고, 우리 형법의 잣대로 보면 주민 대부분이 범죄에 연루될 정도로 법의식이 부족하거나 우리와 많이 다르다. 북한 체제가 주민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수령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이다. 하여 통일 후에도 완전히 민주주의 사회로 변화되려면 법적 시스템에 있어 많은 변화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책 결정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연구 자료나 논문 등을 쓰고 싶다.”

- 통일, 될까?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 정권 들어설 때도 향후 5년 내 될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여러 변수가 있었다. 장성택 처형, 김정남 피살 등 변화의 시점마다 정체되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모두가 통일은 언젠간 될 거라고 말하는데, 그럼 각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겠다, 투자하겠다, 그런 말도 많이 한다. 근데 정말 통일이 된다면 그들이 북한에 갈까? 북한 말투는 준비됐나? 북한 주민들 생활 습관에 대해선 알고나 있나? 지금 주변에 탈북민 친구 한 명이라도 있나? 막연한 기대를 품는 것을 넘어 각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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